[뒤끝작렬]아스파탐과 오염수, 그리고 말 바꾼 정치인들

과학은 신뢰해도 과학자는 틀릴 수 있어…아스파탐도 처음엔 '안전'
국민 80%, 다른 방법 있는데도 원전오염수 방류 고집하는 日 처사에 분노
정부‧여당은 바닷물까지 마시며 日 대신 홍보…'왜 이렇게까지' 의구심
박진, 김기현 등 2~3년 전에는 방류 반대…입장 표변에 정부 불신 증폭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가 우리가 설탕 대신 먹었던 아스파탐이 발암물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식용으로 허용했을) 그 당시에는 과학의 영역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몇십년 만에 바뀐 겁니다. 하물며 반감기가 100만년씩 하는 핵물질에 관해서는 현재의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후략)"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놓고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렇게 따지자 '과학적 결정'을 강조하던 오영주 외교부 2차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과학은 신뢰할 수 있어도 과학자들은 꼭 그렇지 않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어떤 이유에서든 틀릴 수 있다. 방사성 원소 라듐을 발견했고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받은 마리 퀴리도 방사선 피폭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고 그로 인해 건강을 잃고 사망했다.

그러고 보면 핵물질 대량 방류라는 미증유의 실험을 하면서 과학적으로 전혀 문제없다는 장담은 위험한 맹신, 또는 오만이다. 만에 하나 잘못됐을 경우 하나 뿐인 지구 해양생태계를 망친 죄 값을 어찌 치르려는가?
 
우리 국민의 80%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대안이 전혀 없다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데 해양 방류만을 고집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연합뉴스

물론 이웃국가에 너무 야박하게 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는 좋고 나쁘고의 민폐 수준을 넘어 전체 인류와 지구환경에 불가역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야당 대표가 한국도 지원할 테니 돈이 좀 더 들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고육책까지 제시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해서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일본을 대변하다시피 한다. 심지어 일부 인사는 수조 속 바닷물을 떠 마시는 기행을 벌이며 오염수 안전을 대신 홍보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박진 외교부 장관. 황진환 기자

지금 상황이 더 희한한 것은 정부·여당이 원래 이렇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야당 의원 때인 2021년 4월 당 연석회의에서 "일본 오염수 해양방출 문제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일본과 어떤 협의를 했고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있는 대로 국민들께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이던 같은 해 4월 "바다를 공유한 인접국과 국민에 대한 폭거로 엄중 규탄한다"면서 "이제 말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가 됐다"며 강력 대응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본이 자국 내 연구 결과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내부 논의만 하고 있다"며 "(일본을 상대로) 국제 소송과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이랬던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으니 신뢰가 바닥을 치는 것은 당연지사. 그동안 한국의 정권 교체 외에는 달라진 게 없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위험한 짓에서 안전한 것으로 탈바꿈했다.
 
만약 이들이 입장을 바꾼(바꿔야 했던) 최소한의 해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정부‧여당은 IAEA 보고서를 절대 권위처럼 신봉하며 '과학적 결정'을 되풀이해서 외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다수의 우리 국민은 과학적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비과학적 선동에도 쉽게 휩쓸리는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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