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의 목소리가 과거 공개된 적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BBC 방송의 '라디오 4' 채널은 지난 10일 '뱅크시 이야기' 제하 방송에서 2005년 녹음된 뱅크시 추정 인물의 목소리를 공개했다.
이 녹음본은 당시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이 뱅크시 추정 인물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지금까지는 미국에서만 방송됐다.
라디오 4 채널을 통해 다시 공개된 이 녹음본은 2005년 3월 24일 처음 방송됐는데, 이는 뱅크시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도둑 전시회'를 연 지 며칠 뒤의 일이다.
당시 뱅크시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자기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퍼포먼스를 했고 관람객들은 한동안 해당 작품이 뱅크시의 것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3분 분량의 인터뷰에서 뱅크시 추정 인물은 자신을 '화가이자 장식가'라고 소개했다.
전 세계 유명 박물관에 자기 작품을 '도둑 전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평생 같은 일에만 갇혀 살고 싶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자기 작품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42일 동안 들키지 않고 전시하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몇몇 작품은 꽤 훌륭했기 때문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작품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내 일에 관심을 가져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당신은 영원히 기다리게 될 것"이라면서 당시 직접 나서 자기 작품을 전시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뱅크시라고 명확히 밝히지는 않는다.
NPR 진행자가 "(당신이 뱅크시라는 걸) 우리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그건 보장할 수 없다"고 답하고, "이 목소리가 뱅크시의 실제 목소리인가"라는 질문에도 "글쎄…하지만 (내가) 뱅크시가 맞는다면 이건 그의 목소리가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NPR 진행자는 당시 인터뷰 대상이 정말 뱅크시라고 확신하는 듯 흥분한 목소리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뱅크시 추정 인물은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이라는 진행자의 지적에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라면서 "중요한 일을 하는 데는 사소한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자주 체포되는 건 내게 좋지 않다"면서 "가능한 한 오래 (붙잡히지 않고) 버티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뱅크시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파괴된 건물에 평화를 촉구하는 벽화를 그리는 등 반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린 소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닮은 남성과의 유도 대련에서 그를 바닥에 패대기치는 모습을 담은 벽화는 우크라이나에서 우표로 발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