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시비 끝에 중단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싼 정쟁의 해법으로 타당성을 다시 조사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야 모두에서 제기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업 백지화와 최소 4년간 연기 등을 주장했지만, 고속도로 사업이 경기 양평군 지역사회에서 휘발성이 큰 이슈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 전 어떻게든 여론을 환기해야 하는 공통된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걸림돌은 여야 지도부의 강경한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사업 재개의 명분으로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정조사 실시라는 강수로 맞받으면서 현재로선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가 요원한 실정이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해당 사업의 타당성 재조사, 수정안(강상면 종점안)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국회의 정치적 해법이 중요해졌다.
여권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최초로 제기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미 예타(예비타당성조사)는 끝났다. 사실관계가 뭔지 경위를 조사하고, 앞으로 재추진에 있어선 타당성 재조사를 하는 게 제일 깔끔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서 타당성 재조사에 호응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12일엔 윤상현(4선·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안(강상면안)이 훨씬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모든 문제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하자. 다시 예비타당성조사를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을 언제까지 멈춰두게 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본 타당성조사가 끝난 뒤 일정 요건에 따라 KDI가 다시 엄격하게 비용과 편익을 들여다보는 타당성 재조사를 통해 전문가의 판단을 확실하게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선 지도부의 강경한 입장과는 다르게 재검토 내지 재검증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생겨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예타안과 수정안을 절충한 대안이 제기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2일 "변경안은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최소한 1년 이상의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 타당성 재조사는 둘째 치고 예타를 다시 해야 할 가능성도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입장대로 원안대로 노선을 설치하되 양서면 종점에 나들목(IC)을 설치하자는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했다.
여야 모두에서 협상을 강조하는 여론이 생겨난 만큼 국회의 판단에 따라 합의에 의한 사업 재추진은 가능한 사안이 됐다.
합의 근거는 국가재정법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운용 지침, 총사업비 운용 지침 등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가 의결로 요구하는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이나 타당성을 재조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사업 중단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고, 여야가 예타안과 수정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증한 후 합의하면 고속도로 노선을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