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3·4호기 수명연장(계속 운전)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가 부산 6개 구 주민을 상대로 진행됐다. 공청회장 앞에서 환경단체와 기장지역 주민들의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환경운동연합과 탈핵부산시민연대 회원 40여 명은 13일 오후 1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진행하는 고리3·4호기 수명연장 관련 공청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대구·여수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회원들은 '잘 가라 고리3·4호기', '기후재난에 취약한 노후핵발전소 폐쇄하라'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공청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은 "고리3·4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작성지침을 여전히 옛날 버전인 'NUREG 0555'를 사용하고 있어 안전성 분석과 중대사고 반영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진 취약도와 위해도 분석 여부도 담기지 않았고, 다수 호기 사고에 대한 평가도 되지 않았다"며 "특히 2030년 포화에 다다르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도 없고, 주민 보호 대책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한수원은 340만 부산 시민과 800만 부울경 주민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임에도 형식적인 공청회를 또다시 밀어붙이고 있다"며 "졸속·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공청회를 즉각 중단하고 고리2호기부터 원점에서 다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바로 옆에서는 부산 기장군 주민 80여 명이 고리3·4호기 수명연장에 찬성하는 맞불 기자회견을 동시에 열었다.
주민들은 '한평생 기장 살았다. 우리는 건강하다', '탈핵 무당 선동으로 기장 망하겠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들고 줄지어 섰다.
그러면서 기자회견 중인 환경단체를 향해 "원전 안전은 기장 주민이 챙긴다. 한평생 살아온 우리는 건강하다"며 구호를 외쳤다.
발언자로 나선 한 주민은 "계속 운전을 하면 최신 기준을 적용해 안전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가동을 멈추는 것보다 계속 운전하는 게 더 안전하다"며 "우리나라는 해외 원전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탈핵 운동원들은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선동을 일삼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 대비도 불충분하고 에너지 자립도도 낮은데, 이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은 바로 원자력"이라며 "가장 효과적인 무탄소 배출원이자 다른 전원 대비 장점이 많은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장소에서 찬반 양측이 기자회견을 열자 경찰은 경력 80여명을 투입해 양측 사이에 줄지어 서서 혹시 모를 충돌을 막았다.
그러나 공청회 시간이 다가오자 기장군 주민들이 공청회장으로 먼저 입장하면서 우려했던 충돌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공청회는 부산 6개 구(금정·남·동·동래·수영·해운대) 주민을 상대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한수원 측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 뒤 의견 진술에서 나온 질문에 대해 전문가 패널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로써 고리3·4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한 부산지역 공청회는 모두 마무리됐다.
14일 경남 양산시와 울산 4개 구 공청회가 끝나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는 이대로 종료된다.
한수원은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작성,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