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할 당시 검찰 출신 변호사와 유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이 패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주 비서관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해당 기사 내용은 피고가 입수한 통화내역에서 추정하는 것임을 전제하고 있고 주 비서관이 수사에 개입하고자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은 주관적 평가 또는 주 비서관을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에서 주 비서관의 외압행사가 암시됐다고 보더라도 이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정정보도를 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2019년 8~9월 '죄수와 검사' 시리즈로 검찰 출신 박수종 변호사가 주 비서관 등 현직 검사들과 수십 차례 연락했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다. 박 변호사의 통화 목록을 살펴본 결과 현직 검사 22명과 통화한 기록이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중에는 2015~2016년 사이 박 변호사가 주 비서관과 65차례 통화와 13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이 있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던 주 비서관이 금융범죄 수사 대상이던 박 변호사의 수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당시 뉴스타파는 박 변호사의 연락 내역을 입수해 주 비서관과 박 변호사가 2015년 9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78회에 걸쳐 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주 비서관은 2019년 기사에 적힌 사실들이 허위라며 정정보도 등 소송을 냈다.
1심은 주 비서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주 비서관이 수사에 개입하거나 이를 무마하고자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암시할 수 있는 내용은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정보도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언론중재법에 의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경우 언론 보도가 진실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증명책임은 청구자에게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 비서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제가 수사검사와 일면식도 없고 수사팀과 별도 접촉하거나 청탁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밝혀진 것에 대해서 만족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언론 자유의 보장 차원에서 '의혹 제기가 완전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정정보도는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하고, 판결문을 입수하면 검토 후 처리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