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시비 끝에 중단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변경된 노선안'(강상면 종점안)에 대한 비용편익분석(B/C) 값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껏 당정은 "변경된 노선안이 원안(양서면 종점안)에 비해 더욱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는데, 정작 구체적 근거는 없었던 셈이다.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에선 거론되지 않았던 강상면 종점안이 등장한 시점은 지난해 5월 19일이다. 정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타당성 조사를 시행한 민간업체가 국토부에 '강상면 종점안을 대안 노선으로 검토하겠다'고 착수 보고를 하면서부터다.
해당 업체는 '상수원 특별보호구역 최소통과', '환경 훼손 최소화', '나들목·분기점 적정 간격 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추가 나들목 설치' 등을 검토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타당성 조사를 위해 '노선 선정 및 기술검토', '교통수요 예측', '편익/비용(B/C) 산정 및 경제성 분석', '예비타당성 결과 비교' 등을 수행하겠다고 보고했다. 기간은 올해 3월까지 총 360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토부는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양평군에 두 노선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물었고, 올해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해 노선안을 공개하면서 '강상면 종점안'이 '대안1'로, '양서면 종점안'이 '대안2'로 각각 표기됐다. 갑자기 변경된 노선안이 예타까지 통과한 원안을 밀어낸 셈이다. 게다가 변경된 노선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땅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당정은 해명하는 과정에서 변경된 노선안이 우선 순위로 올라간 것의 이유로 '비용은 140억 증가하지만 하루 교통량은 40% 증가한다', '한강 횡단을 줄이고 상수원 보호구역과 철새도래지 등을 덜 지난다'는 것을 들었다. 더욱 친환경적이고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변경된 노선안이 우선순위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원희룡 장관 또한 전날 유튜브를 통해 "본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더 좋은 안이 나왔는데 만약 예타 안을 고수한다면 이거야말로 감사원 감사감이고 수사감"이라며 "바로 이런 사례가 지금 이 서울-양평고속도로에 정확히 해당하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또 "원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때 용역을 받은 용역회사가 문제점을 다 지적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BS 취재 결과 변경된 노선안에 대한 비용편익분석(B/C) 등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업체가 착수 당시 국토부에 보고한 과업 내용에는 '편익/비용(B/C) 산정 및 경제성 분석', '예비타당성 결과 비교'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실제론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를 두고 국토부가 졸속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예산 2조에 가까운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타를 통과한 원안에 비해 노선의 약 55%가 바뀌고 종점까지 변경되는데도 구체적인 근거 없이 수정안으로 원안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원안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타를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은 2년인데 반해, 민간업체가 수정안을 내놓는데 걸린 시간은 수개월에 불과했다.
국책 도로사업의 경우 B/C값은 매우 중요하다. 사업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B/C값이 1.0을 넘어서야 해당 사업의 '경제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1.0보다 숫자가 크면 비용보다 편익이 많은 거고, 작으면 투입된 예산 대비 실익이 적다는 뜻이다. 애초 원안인 '양서면 종점안'의 경우도 예타를 통과할 때 B/C값 0.82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정책적 요소까지 고려한 종합평가(AHP) 점수가 0.508을 받으면서 겨우 예타를 통과할 수 있었다. AHP 점수가 0.5 이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다. 원안이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정책적인 측면에서 일부 높은 점수를 받아 겨우 예타를 통과한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비용이 추가되는 대안을 우선순위로 내놓으면서 환경성, 교통량 증가 외 정책적으로나 어떤 편익이 있는지 제대로 계산도 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않아 비용편익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환경에 대한 검토가 끝난 뒤 노선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며 "그때 수정될 수도 있다. 그 수정된 것을 갖고 경제성 조사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해 공개된 문서를 살펴보면 강상면 종점안의 경우 이미 지도상에 선을 긋고 시점과 기착지, 종점 등을 표시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다 이뤄진 상황이다. 또 원안과의 비교·분석을 위해서라도 비용편익분석이 마땅히 이뤄졌어야 했음에도 실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정안의 예타안 대비 '우위'를 주장했다.
결국 국토부의 해명은 수정안으로 사업방식을 사실상 확정한 뒤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하겠다는 얘기와 같다. 이럴 경우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B/C값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더라도 원안으로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노선이 확정되지 않아서 B/C값을 도출하지 않았다는 해명보다 사실상 수정안으로 정해놓고 경제성 등 타당성 조사는 요식 행위로 실시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