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외국인보호시설에 대해 법무부를 상대로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행정 구금된 외국인을 구금하는 국내 외국인보호시설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 방문조사단은 지난해 8~10월 화성·청주·여수 소재 외국인보호시설을 조사한 결과 보호장비 사용, 수용 환경, 식단 등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인권위는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권을 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유보 원칙'을 반드시 준수하고 법령에 근거가 없는 보호장비는 폐기하라"고 권고했다.
'출입국관리법' 및 '외국인보호규칙' 등에서 정하는 보호장비의 종류는 △수갑 △보호대 △포승 △머리보호장비 등이다. 그러나 지난해 인권위가 외국인보호소를 방문 조사한 결과 법령에서 규정하지도 않은 안면보호구, 벨트수갑, 사슬수갑, 발목수갑 등까지 보관해 가혹행위 논란까지 빚어졌다.
실제로 지난 2021년 9월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격리 중이던 한 보호외국인이 두 팔과 다리를 등 쪽으로 묶는 일명 '새우꺾기' 가혹행위를 당해 같은 해 인권위가 법무부에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는 "보호시설의 질서유지 또는 강제퇴거를 위한 호송 등을 위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보호장비로서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보호장비의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행정청이 보호장비의 종류를 임의로 확대한다는 논란이 불거져왔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보호장비의 종류와 그 사용은 신체의 자유 등을 직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이므로 하위 법령보다는 법률에 직접 구체적으로 그 종류와 사용방법 등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보호장비의 종류를 법무부령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출입국관리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위는 지난해 방문 조사에 확인한 규정 외 보호장비에 대해 "법령에 근거가 없는 보호장비를 사용한다면 그 자체로 위법하므로 보관할 이유가 없다"며 "폐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호장비 사용의 최소화, 사용제한 기준 및 안정성 평가 지표와 절차 마련, 보호장비 사용 시 담당의사의 의료적 적절성 판단과 의료진에 의한 신체 활력징후 확인, CCTV 등 관련 기록의 90일 이상 보관 등을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보호외국인을 별도 장소에서 격리해 보호하는 '특별계호' 중 면회와 운동 등을 제한하는 법무부 훈령을 삭제하고, 의사 표시 수단의 하나인 '단식'을 특별계호 사유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시설 관리자는 단식자를 특별계호하는 등 징벌적 조치를 감행할 것이 아니라 단식을 통해 드러난 보호외국인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경우 보호외국인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보호시설의 인권 친화적 운영에 필요한 태도"라고 짚었다.
특히 인권위는 특별계호실 안의 냉방장치 및 변기와 생활공간 사이의 차폐시설 등을 설치하고, 자살 및 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벽면 소재 등을 사용하고, 보호외국인이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쉽도록 비상벨 위치도 조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방문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보호소 내 특별계호실 중 일부 시설에서 생활공간과 좌변기 사이 차폐막이 아예 없고, 1m가 되지 않아 너무 낮은 가림막이나 이동식 가림막으로만 막고 있었다.
이외에도 보호외국인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급식비 예산을 증액하고, 다양한 식단을 제공해 보호외국인이 식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 문화적 종교적 관습의 존중을 위해 스스로 조리할 수 있는 '다문화 주방'을 검토할 것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