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500 코리아 오픈' 기자 간담회가 열린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택규 회장을 비롯해 대표팀 김학균 총감독과 주요 선수들이 참석해 안방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대한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였다.
김 회장은 "올해부터 전 세계 배드민턴계의 기운이 우리나라로 왔다"면서 "항저우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에 앞서 코리아 오픈에서 국민들께 평가받는 대회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대표팀 총감독 취임 후 국내 팬들에게 나서는 첫 대회"라면서 "올해 상반기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데 코리아오픈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내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 현재 한국 배드민턴 최고 스타로 꼽히는 여자 단식 간판 안세영(21·삼성생명)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선수는 여자 복식 이소희(29·인천국제공항)-백하나(23·MG새마을금고)와 혼합 복식 채유정(29·인천국제공항)-서승재(26·삼성생명) 등 4명만 나섰다.
김 감독은 "안세영이 오늘 오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훈련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좋은 상태인데 혹시라도 간담회 참석으로 훈련 리듬과 메커니즘이 깨질까 봐 불참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안세영은 올해 상반기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1월 인도 오픈과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안세영은 특히 3월 최고 권위의 전영 오픈에서 1996년 우승한 전설 방수현 이후 무려 27년 만에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태국 오픈과 싱가포르 오픈까지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서려면 과제가 적잖다. 안세영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오픈 4강에서 '천적' 천위페이(중국)에 덜미를 잡혀 3주 연속 우승이 무산됐다. 올해 상대전 3연승을 달렸지만 다시 2연패를 당하는 등 역대 전적 4승 10패로 밀려 있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2위인 안세영은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에도 7승 12패로 아직은 열세다.
김 감독은 "안세영이 올해 전체 대회 성적이 좋은 편이긴 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어 "본인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기까지가 오래 걸렸다"면서 "인도네시아 오픈까지 확실하게 느끼고 디테일하게 되새길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많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을 안세영이 느껴야 할까. 김 감독은 "세계 랭킹 1~4위의 스타일이 다 다르고, 상대성과 승률도 다르다"면서 "안세영이 천위페이를 제일 꺼리는데 다앙햔 기술과 타이밍을 갖고 있어 세영이와 (상성이) 잘 안 맞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기 플레이를 먼저 할 때와 상대에 끌려갈 때가 다르다"면서 "그런데 안세영은 단순하게 자기 플레이만 한 것"이라고 짚었다.
'맞춤형 필승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약한 원인이 분명히 있고 그걸 느꼈다"면서 "상대에 맞게 다양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을 코치진도 얘기해서 많이 바꾸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천적들을 넘어 세계 정상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코리아오픈을 포함해 지금까지 치른 국제 대회는 올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특히 최종 목표인 내년 파리올림픽을 위한 과정이다.
더욱이 안세영은 겨우 20살을 갓 넘겨 20대 중후반에 접어든 천적들보다 기량을 더 쌓을 여지가 더 많다. 김 감독은 "안세영을 포함한 우리 선수들이 자신들의 능력치 아직 못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기다리고 지켜보면 목표인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내년 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안세영의 천적인 천위페이와 야마구치 모두 출전한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린 지난해 대회는 야마구치와 대만의 강자 타이쯔잉이 불참한 가운데 천위페이가 김가은(삼성생명)에 덜미를 잡혔고, 안세영이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이들이 모두 나서 명실상부한 여왕의 자리를 겨룬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성과를 올리며 차세대 배드민턴 여왕임을 입증했던 안세영. 안방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 2연패를 달성해 진정한 세계 배드민턴 여왕으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