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낸 1호 혁신안을 보름이 넘도록 수용하지 않으면서 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 신경전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혁신위가 복수의 혁신안을 제기하면 그때 수용 가능한 안(案)들을 가려 받으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혁신위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도부 "혁신안 하나하나에 '핑퐁게임' 하지 않아"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1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안이 하나 공개되면 그 안에 대해 받을지 말지 고민하는 식으로 '핑퐁게임'을 하지는 않겠다"며 "혁신위 안에 대해서는 당연히 존중할 것이지만 당내에서 충분히 숙고하고 논의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및 양평 고속도로 현안으로 투쟁에 전념하고 있어 총의를 모으기 어려운 점도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개별 혁신안이 나올 때마다 당 지도부가 매번 수용 여부를 밝힐 경우 자칫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김은경 혁신위원장을 임명하며 전적인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다른 당 지도부 소속 관계자도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혁신위는 외부인이기 때문에 당 입장에서는 현실 정치 논리를 고려해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혁신안 몇 개가 넘어오면 그중 실현 가능한 일부를 받고 나머지는 조정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게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혁신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려서 받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혁신위 "혁신안 안 받으면 민주당 망한다" 강도 높게 지적
당 지도부가 혁신안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혁신위는 12일 민주당 상임고문단을 만난 뒤 연이어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광폭행보에 나섰다. 혁신위가 꾸려진 이후 첫 기자간담회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안을)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한다"라며 "본인들이 (국민들의 요구를) 체감하고 있을 텐데 마지막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혁신위는 당 윤리감찰단을 강화하는 동시에 위법 행위 의혹에 대한 당내 조사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위법 의혹이 제기된 인사에 대해선 탈당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징계 회피 탈당으로 간주하고 복당을 제한하자고도 덧붙였다. 혁신위는 오는 21일부터 당 윤리 강화·정책역량 강화·정당조직 현대화를 위한 쇄신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일단 소속 의원들과 혁신안에 대해 논의하며 혁신위와 비공식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혁신위가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