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12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꼭 필요한 합의와 심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정부는 어떠한 구체적 검토와 논의 없이, 부정확한 온라인 토론 결과 하나만을 근거로 초고속으로 폐기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을 향해서는 "KBS 경영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KBS가 상업방송사들이 하기 어려운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존재 가치를 국민들께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반성한다. 저희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KBS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음을 알라면서 "내외부에서 지적 받고 있는 공정성과 경영 효율화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고쳐나가겠다고 선언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우리 사회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해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수신료 징수방법에 여러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분리징수는 현 상황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 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그 이유로 △천문학적 수신료 징수 비용 소요에 따른 경제적 의미 상실 및 공익 프로그램 축소 및 폐지 불가피, △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 유지에 따라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는 불편 발생 등을 꼽았다.
이에 KBS는 12일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한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아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출했다. 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혼란과 불편, 피해를 줄이기 위해 KBS는 한국전력공사와 조속히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고지가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KBS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부가 강행한 수신료 분리고지 조치가 공영방송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지 확인하고 어떤 형태의 수신료 징수방식이 국민 대다수에게 이익을 드릴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서는 "대통령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의 권고를 선택적으로 이행하지 말고 공영방송의 책무와 그에 걸맞은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논의 절차를 마련해 주시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TV 방송(KBS·EBS)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가하면서 해당 시행령은 즉시 공포·시행됐다. 올해 3월 대통령실의 온라인 국민제안을 시작으로, 시행령 개정 절차가 진행된 지 약 4달 만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전력공사가 KBS로부터 위탁 받아 통합징수 중이었던 수신료를 따로 징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