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금품 살포·수수 사건에 연루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의 압박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당대표 경선 당시 현역 의원을 상대로 이뤄진 돈봉투 살포에 송 전 대표가 지시·관여했는지 여부와 함께 후원조직의 자금 흐름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지난 3일 구속된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를 수시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박씨는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박씨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측근인 박씨를 송 전 대표의 지시나 개입 여부 등을 규명할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씨의 구속영장에 송 전 대표가 박씨를 비롯해 후원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이모 소장 등과 함께 국정현안 및 당내 상황을 공유하고 당대표 경선을 위한 전략 등을 논의하는 '정무기획회의'를 구성, 운영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박씨가 강래구(구속기소)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나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원외 인사들로 구성된 '조직본부' 외 나머지 팀을 사실상 총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씨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전 신고된 회계책임자가 아니어서 선거 자금을 관리·운용할 수 없었음에도 부외 선거운동 자금을 관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으로 중요 사항을 보고하고 송 전 대표의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최측근으로서의 역할이라는 취지다.
박씨는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강래구·이정근씨 등과 공모해 5천만원을 받고 6750만원을 살포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지역 상황실장 이모씨에게 선거운동 활동비로 50만원을 주고, 다른 상황실장 박모씨에게 선거운동 콜센터 운영비 7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스폰서'로 알려진 사업가 김모씨는 강씨로부터 경선캠프 자금 조달을 요청받고 '부외' 선거운동 자금을 관리하는 박씨에게 5천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자신이 보관 중이던 부외 자금으로 2021년 4월 29일 이른바 '2차 돈봉투 살포'에 나서거나 지역상황실장 등에게 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박씨가 먹사연 증거인멸에도 깊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지난해 11월 9일 먹사연 김모 사무국장에게 전화해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들을 전체적으로 정비하라'고 지시했다고 구속영장에 담았다. 이 시기는 지난해 12월 송 전 대표가 프랑스로 출국하기 직전이다.
실제 김 국장은 박씨의 지시로 먹사연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물론, 보관 중이던 2021년 당대표 경선 당시 사용했던 컴퓨터까지 모든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기존 하드디스크를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폐기된 자료에는 당대표 경선 기간의 지출내역을 포함해 먹사연이 2021년 기부금을 사용한 내역을 정리한 자료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증거인멸 범행이 송 전 대표의 당대표 경선과 관련된 범죄 혐의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박씨가 김 국장에게 전화하기 한 달 전인 작년 10월 19일 이정근씨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씨의 구속기소 사실과 '검찰에서 숨겨둔 휴대전화를 확보했고 친문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언론보도가 이뤄지던 시점이다.
2020년 상반기부터 송 전 대표를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한 먹사연이 2021년 당대표 경선에 관여한 사실로 압수수색 등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 경우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범죄 혐의 수사로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씨는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이같은 태도가 객관적 물증이나 관련자들 진술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씨가 송 전 대표의 측근 보좌관인 만큼 송 전 대표가 그의 여러 활동을 사전에 알았거나, 사후에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의원 특정에 주력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꼬리표'가 없는 현금이 전달됐다는 사건의 성격과 제1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수사라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송 전 대표는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특정된 의원들과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 방식·시기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