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지는 2016-2017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IBK기업은행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이후 2017-2018시즌 KGC인삼공사로 이적해 6시즌 동안 활약한 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현대건설에 새 둥지를 틀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KGC인삼공사와 고민지 이적에 합의했다. 구단 관계자는 "고민지가 리시브와 수비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전격 영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을 소화하는 고민지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잠시 리베로로 전향한 바 있다. KGC인삼공사 주전 리베로 노란(29)이 부상으로 이탈해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지난 1월 노란의 복귀 후 다시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아왔다.
현대건설은 고민지가 리베로 포지션을 맡으면서 리시브, 디그 등 수비력이 향상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고민지는 지난 시즌 22경기(69세트)에 출전해 리시브 효율 40.52%와 세트당 디그 3.087개를 기록했다.
새 팀에 합류한 지 두 달이 지난 고민지. 최근 경상남도 고성 일대에서 진행된 현대건설 전지 훈련에서 만난 그는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근 근황을 알린 고민지는 "팀에 빠르게 적응한 것 같다"면서 "훈련 강도나 분위기 모두 잘 맞아서 재미있게 운동을 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새롭게 입은 현대건설 유니폼이 제법 잘 어울려 보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고민지의 능력을 높게 샀다. 기존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한 리베로 김주하(31)의 역할까지 맡길 전망이다. 이에 고민지는 "감독님께서 (김)주하 언니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솔직히 쉬운 자리는 아니지만, 리시브를 받는 역할은 오히려 편할 것 같다고"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전까지 고민지에게 현대건설은 어떤 팀이었을까. 고민지는 "쉽게 무너지지 않은 팀이었다. 현대건설을 상대하려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면서 "강한 팀이란 이미지가 있어서 어떻게 훈련을 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팀에 합류한 뒤 느낀 점에 대해서는 "훈련 몰입도가 높아서 놀랐고, 선수들 모두 훈련이 끝난 뒤에도 배구 이야기만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만큼 현대건설의 일원이 된 데 대한 만족감이 커 보였다. 고민지는 "매일 행복하게 배구를 하고 있다. 지인들에게도 항상 행복하다고 말을 한다"면서 "좋은 날만 가득하면 불안해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행복하게 배구를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개막 후 15연승을 달리는 등 무서운 상승세로 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시즌 중 주포 야스민(27)과 주전 리베로 김연견(30)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2위로 정규 리그를 마치게 됐다. 이후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에서는 한국도로공사에 일격을 당해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현대건설은 새 시즌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고민지 역시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현대건설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고민지는 "현대건설은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는 팀이다. 나는 팀에 녹아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현대건설 팬들에게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고민지는 "어찌 보면 다시 프로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받은 거라 생각한다"면서 "감사함을 느끼는 만큼 새 시즌을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