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남자부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뱅저축은행)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결승에 8번 진출해 모두 우승하는 100% 승률을 이어간 데 이어 총상금 10억 원을 최초로 돌파했다.
쿠드롱은 11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마무리된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팀 동료 비롤 위마즈(튀르키예)를 눌렀다. 세트 스코어 4 대 1(15-13 15-3 15-5 13-15 15-11) 승리를 거뒀다.
개인 통산 8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남녀부 통틀어 최다 우승이다. 전날 여자부에서 우승한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는 6회 정상에 올랐다.
무엇보다 쿠드롱은 '결승=우승' 공식을 이었다. 8번이나 결승에 올라 무패 경력을 자랑한다. 여자부에서는 김민아(NH농협카드)가 역시 결승 무패 기록을 갖고 있지만 2번뿐이다. 8번 결승에서 100% 승률은 경이적인 기록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쿠드롱은 남녀 통틀어 PBA 최초 총상금 10억 원을 돌파했다. 이날 우승으로 상금 1억 원을 거머쥔 쿠드롱은 경기 상금으로만 9억9450만 원을 쌓았고, 6차례 '웰뱅 톱랭킹'(총액 2400만 원)과 1번의 'TS샴푸 퍼펙트큐'(1000만 원)까지 총상금 10억2850만 원을 벌어들였다. 통산 상금 랭킹 2위는 '스페인 강호'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로 6억5400만 원이다.
PBA 진출 이전 이미 쿠드롱은 세계 정상급 선수였다. 세계캐롬연맹(UMB) 시절 쿠드롱은 세계선수권 2회, 월드컵 17회 우승을 차지하며 '황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스와이)와 '4대 천왕'으로 군림했다.
그런 쿠드롱도 PBA 초창기에는 고전했다. 공인구와 세트제 등 UMB와 다른 환경에 적응할 시기가 필요했다. 2019-2020시즌과 2020-2021시즌 각각 1번의 우승을 거뒀지만 시즌 랭킹은 3위와 2위였다.
하지만 쿠드롱은 3번째 시즌 완벽히 PBA를 정복했다. 특히 왕중왕전 등 PBA 최초로 4회 연속 우승을 거두고 무려 5억650만 원의 상금을 획득하며 독보적 1위로 시즌을 마쳤다.
다만 쿠드롱은 지난 시즌 주춤했다. 역시 1번의 우승으로 자존심은 지켰지만 3회 우승을 거둔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 등에 밀려 시즌을 랭킹 3위로 마감해야 했다. 쿠드롱은 지난 시즌에 대해 "나름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자평했지만 쿠드롱이었기에 팬들로서는 살짝 아쉬울 수 있었다.
더군다나 올 시즌을 앞두고 강자들이 PBA에 합류하면서 쿠드롱의 독주는 더 이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산체스를 비롯해 한국인 최초 UMB 세계선수권 우승자 최성원(휴온스)와 '예술구 마스터' 세미 세이기너(튀르키예·휴온스) 등이다.
세이기너는 특히 지난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PBA 최초 데뷔전 우승의 역사를 썼다. 반면 쿠드롱은 1회전에서 탈락하며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쿠드롱은 시즌 2차 투어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4강전에서 천적 '베트남 강자' 마민캄(NH농협카드)를 4 대 1로 누른 데 이어 쿠드롱은 지난 시즌 3차 투어 4강전에서 패배를 안긴 위마즈를 결승에서 눌렀다.
이날 결승에서 쿠드롱은 1~3세트를 가볍게 따내며 우세를 점했다. 위마즈도 4세트를 따내며 저항했지만 쿠드롱은 5세트 3이닝째 절묘한 끌어치기 앞돌리기와 옆돌리기로 기세를 올렸다. 상대 위마즈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이어 횡단샷, 뒤돌리기, 옆돌리기 등으로 9점을 몰아친 끝에 우승을 확정했다.
다만 쿠드롱은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서지 않았다. 여자부 우승자 스롱의 매니저를 자처한 인사가 쿠드롱의 인터뷰 직전 기자 회견실로 난입하는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취재진에게 "함께 기념 촬영을 할 때 스롱이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쿠드롱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쿠드롱과 해당 인사는 인터뷰에 앞서 회견실 밖에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해프닝 속에 쿠드롱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