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3'가 세운 기록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할 듯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범죄도시 3'가 올해 첫 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전편 이후 첫 천만 영화이자 손익분기점은커녕 100만을 넘기 힘든 상황에서 세운 '쌍천만'이라는 점에서도 더더욱 뜻깊다.
개봉 32일째인 지난 1일 천만 관객 고지를 넘은 '범죄도시 3'는 지난해 5월 개봉한 '범죄도시 2'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래 첫 천만 한국 영화이자, 2023년 개봉작 중 첫 천만 관객 동원작이 됐다. 한국 영화사상 30번째 천만 영화이자 역대 21번째 천만 한국 영화의 탄생이다. 또한 마동석은 '베테랑' '부산행'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어 '범죄도시 2'와 '범죄도시 3'로 모두 5편의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범죄도시 3'가 지난 8일 누적 관객 수 1042만 6039명을 넘어서며 1편 688만 546명, 2편 1269만 3415명 기록과 함께 한국 시리즈 영화 최초로 총 3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새 역사를 썼다.
엔데믹 알린 '범죄도시 2'…韓 영화 부진 깬 '범죄도시 3'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번 '범죄도시' 시리즈의 '쌍천만' 기록이 갖는 의의를 "그동안 한국에서 내놓을 만한 대표적인 시리즈 영화가 부재했는데, '범죄도시'가 물꼬를 터준 느낌"이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데에는 최근 한국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커녕 100만 관객을 넘는 일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 개봉해 올 1월에 200만을 달성한 '영웅' 이후 약 5개월 만에서야 '범죄도시'가 200만을 넘겼다. '범죄도시 3' 개봉 이전인 4월 개봉한 3편의 한국 영화 '리바운드' '킬링 로맨스' '드림' 중 100만 관객 돌파 '드림'이 유일하다.
이러한 점에서 윤 평론가는 "2편은 엔데믹을 알려준 천만 영화로서의 의의가 있고, 3편의 천만 관객 돌파는 한국 영화 부진 중의 기록이라 주목할 만하다"고 짚었다.
한국 영화의 오랜 부진을 깨고 '범죄도시 3'가 천만에 이를 수 있었던 데에는 폭넓은 관객층의 선택이 있었다.
CGV데이터전략팀에 따르면 '범죄도시 3'의 관객 비중은 20~30대가 전체의 60%, 40~50대는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범죄도시'부터 '범죄도시 2', '범죄도시 3'에 이르기까지 40~50대의 관람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했으며, 액션 영화 임에도 여성 관객 비중이 55%로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방증이다. 결국 기존 영화의 주 소비층인 20~30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로 확장되면서 2편의 천만 영화 탄생으로 이어졌다.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는 "최근 한국 영화의 질적 문제를 지적하며 관객이 외면한다고 말하는데, 외적 요인을 보자면 최근 한국 영화들은 선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마치 종합선물 세트 같지만, 내가 보고 싶은 영화인지는 모르겠다"며 "반면 '범죄도시 3'는 관객이 선택하기 쉬운 영화다. 기대와 다를 확률이 매우 적다. 그런 점에서 기존 한국 영화의 마케팅 방법과 방향에 질문을 던지는 흥행"이라고 설명했다.
2편 통해 검증된 흥행 공식 : 액션과 유머 그리고 캐릭터
이른바 '극장용 영화'와 'OTT용 영화'를 구분 짓는 문화 속에서 '범죄도시 3'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편의 성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윤성은 평론가는 "예전에 관람했을 때 성공적이었던 작품, 실망시키지 않을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범죄도시 2'에 대한 좋은 기억이 3도 극장에서 보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청소년 관람 불가였던 1편과 달리 2편과 3편에서는 15세 관람가로 수위를 낮추면서 관객들의 진입장벽도 낮췄다. 2편과 3편의 연출자인 이상용 감독은 '범죄도시 3' 언론 인터뷰에서 "대중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찍어야 했다. 수위를 어떤 식으로 조절하느냐가 관객들에게 이 시리즈가 오래 가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범죄도시' 시리즈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마동석의 시원한 한 방 액션을 비롯한 다양한 액션과 유머 코드,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들 간 티키타카 등이 흥행의 요인으로 꼽힌다. 3편에서는 시리즈 최초 두 명의 빌런(악당)을 등장시키고, 기존 등장인물을 대거 교체하며 새로움을 더하기도 했다.
윤 평론가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가진 특징, 반복적인 패턴 등이 가진 경쟁력이 있다.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마석도 팀의 티키타카와 자잘한 전과가 있는 범죄자들 끌어들여서 수사에 이용하는 것도 '범죄도시' 시리즈를 하나의 장르로 여겨질 수 있게 만든 요소"라며 "깨알 같은 농담, 맛깔스런 대사 등이 영화에 오락적 쾌감을 배가시킨다"고 이야기했다.
프랜차이즈 꿈꾼 마동석, 스스로 장르가 되다
여러 흥행 요인이 있겠지만 마동석이 가지는 매력이야말로 시리즈 흥행의 일등 공신이다. 마동석이 연기하는 마석도 형사가 이끌어가는 이른바 '마석도 시네마틱 유니버스'야말로 '범죄도시' 시리즈 세계관의 핵심이다.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인 마동석 역시 '범죄도시'의 강점으로 마석도 형사가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를 꼽았다. 그는 '범죄도시 3' 언론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구축하고, 악당을 빌드 업하고 마석도가 쫓아가는 서스펜스와 카타르시스가 1번"이라며 "또한 극한의 상황에서 놓치지 않는 유머를 관객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평론가는 "마동석이 연기하는 마석도 형사의 독보적인 아우라는 어떤 OTT나 영화에서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블리'라는 배우의 별명처럼 범접하기 힘든 피지컬 이면에 가진 귀엽고 엉뚱한 모습이 마석도 캐릭터에 그대로 표현된다"며 "엄청난 주먹과 팔뚝으로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능력뿐 아니라 무표정한 얼굴로 애드리브를 하듯 던지는 썰렁한 농담에 중독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안에서 마동석은 마석도 형사 그 자체가 됐고, 마석도 형사는 '범죄도시'의 상징이 됐다. 말 그대로 스스로 '마동석 장르'가 된 것이다. 김형호 분석가는 "대중적인 액션 배우가 이제 한 명 나왔다. 기존에는 액션 영화를 찍은 배우들이 있었을 뿐"이라며 "실베스타 스탤론, 드웨인 존슨처럼 배우 자체가 액션 영화인 배우가 21세기에 처음 나왔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흥행을 이어온 '범죄도시'가 한국 영화사에서 성공적인 시리즈로 자리매김하려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변주와 확장이 필요하다. 과거 '리쎌 웨폰'이나 '다이하드' 시리즈는 물론 '미션 임파서블'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이 시리즈의 패턴을 이어가되 인적·물적 자원을 대량 투입해 영화의 스케일을 키워갔듯이 말이다.
윤 평론가는 "할리우드 시리즈물들이 계속 제작비를 늘리고 각 영화마다 다른 공간을 보여주는 이유가 다 있다"며 "시리즈를 거듭해갈수록 마석도 형사의 맨주먹만으로는 관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할지 모른다. 액션, 스펙터클에 있어서 더 신경을 쓰되 할리우드 영화들과 차별화된 한국적 정서의 액션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