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양평군, '국토부 종점안'에 대해 끝까지 미온적이었다

국토부, 1월 강상면 종점안만 담아 양평군에 의견 요청
양평군 'IC신설 강조'…노선·종점 변경에 대한 언급 없어
답변 회신도 마감 기간 넘겨…"잇따른 특혜 부담 탓?"
지난해 1차 협의 때도 3가지 노선안 '요청' 아닌 '제안'
국토부는 "양평군 요청으로 종점안 변경했다" 상반된 주장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10일 오후 경기 양평군청 앞에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종민 기자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몰려 있는 강상면 병산리로 변경된 것을 두고 "양평군과 주민 요구에 따른 것"이라던 국토교통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양평군은 국토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강상면 종점안'에 대해 마지막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분명한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평군, IC신설만 요청…종점 변경은 요청한 적 없어


국토부가 지난 1월 양평군에 보낸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도'. 국토부 제공

양평군은 지난 1월 국토부로부터 '고속도로 타당성평가(조사) 관계기관 협의(2차) 요청' 공문을 받았다.

CBS노컷뉴스가 10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문을 보면, 국토부는 1월 16일자로 '노선 계획안을 송부하오니 귀 기관의 검토의견을 2023. 1. 27(금)까지 회신해 달라'고 적혀있다.

문제는 국토부가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면서 강하IC를 새롭게 설치하는 양평군의 1안을 쏙 빼놓았다는 점이다. 대신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예상되는 강상면 종점안(강하IC 신설, 2안)만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었다.

국토부는 이처럼 강상면 종점안을 특정해 의견을 물었지만, 양평군은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양평군은 2월 8일 국토부에 '양평군 통과 노선에 IC 설치 등 양평군 주민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노선 계획을 수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짤막하게 단 두 줄로 의견을 밝혔다. 이는 국민의힘 소속인 전진선 양평군수의 의견도 반영된 답변이었다.

즉 전진선 군수와 양평군은 강하IC 신설에 대해서만 찬성 의견을 냈을 뿐 종점 변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양평군 관계자는 국토부의 2차 협의요청 공문의 성격과 관련해 "국토부가 '강상면안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떻냐' 이런 입장에서 우리한테 물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강상면안이 최적'이라고 (이미) 판단해 거기에 대한 의견만 요청했을 수 있다"며 "우리가 국토부 입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봤을 때는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이처럼 공문을 통해 '김건희 일가' 땅쪽으로 고속도로 노선을 틀자 양평군도 이미 국토부가 종점으로 강상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회신 기간 넘긴 '깊은 고민'…특혜 논란 의식?


양평군의 답변 공문. 양평군 제공

특히 양평군은 이례적으로 국토부가 제시한 회신 마감일인 1월 27일을 훌쩍 넘긴 2월 8일에야 답을 보냈다. 그만큼 장고를 거듭하면서도 국토부안에 대해 끝내 흔쾌하게 찬성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것이다.

양평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등으로 이미 한바탕 홍역을 겪은 양평군의 입장에서는 주변에 김건희 일가 땅이 집중된 강상면 종점안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결정한 강상면안이 두물머리 인근의 교통정체, 6번 국도의 혼잡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내부적 판단도 양평군이 선뜻 찬성 의견을 내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강상면 토지를 거론하며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양평 땅 일부가 '접도구역'으로 지정됐다. 접도구역 내 토지형질 변경은 금지돼 있는데 편법으로 (변경한) 사례가 발견됐다"고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도 양평군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양평군이 지난해 7월 국토부에 제안한 3가지 노선안. 양평군 제공

양평군은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국토부와의 1차 협의에서도 당초안, 강상면 종점안, 강하면 종점안 등 3가지 노선안을 제안했을 뿐 특정 안을 채택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

오히려 강상면안에 대해서는 "경제성 재분석이 필요하고 사업비 증액이 예상된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당초안(양서면 종점안)과 관련해서는 "경제성과 타당성, 지역주민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 검토 의견을 달아 국토부에 1안으로 올린 바 있다.

양평군 홈페이지에 게재된 전진선 군수의 공약지도. 양평군 제공

전진선 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조기완공'을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이를 양서면 지역의 현안으로 명확히 분류했다. 그 역시 양서면 종점안을 확정안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평군에서 종점 변경을 원한 적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이같은 주장은 '양평군이 강상면 종점안을 공식적으로 한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국토부는 "양평군에서는 강하IC 설치를 요청했고 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예타 노선에서 노선과 종점의 변경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양평군이 제안한 양서면안에도 강하IC를 설치 계획이 담겨 있어 굳이 종점을 변경할 필요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양평군은 그러나 이날을 기점으로 갑자기 입장을 바꿔 국토부와 함께 '강상면 종점안'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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