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그곳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 그리고 12년 후인 지금, 전례 없는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그곳, 후쿠시마를 '추적 60분' 제작진이 구석구석 훑으며 취재했다. 앞으로 30년 동안 이뤄질 오염수의 처리와 해양 방류를 위한 준비는 제대로 된 것일까.
원전 사고는 '현재 진행형', 후쿠시마 주민들을 만나다
그곳에 사는 후쿠시마 주민들에게 먼저 물었다. 원전 사고로 집을 잃은 이재민부터 바다를 터전 삼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까지, 그들은 오염수 방류란 유례없는 선택지를 맞이할 준비가 돼있을까.
12년째 피난 중인 이재민 곤노 스미에 씨는 제작진에게 "(풀도) 오염돼 있다"며 "풀 같은 것도 만지지 않는 게 좋다"고 경고했다. 곤노 씨는 아직도 2011년에 멈춰 있는 집을 잠시 살피곤, 이렇게 말했다.
"원망스러운 건 역시 나라죠." (마을 이재민 곤노 스미에씨)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좀처럼우리 어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어민 오노 하루오씨)
제작진이 만난 어민들은 준비 과정 자체를 문제 삼았다. 정부와 도쿄전력이 어민들과 협의하지 않은 채, 그들에겐 삶의 터전인 바다에 방류하겠다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 방류 결정 이전에, 오염수 처리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이룰 준비가 없던 것은 아닐까.
도쿄전력, 믿을 수 있나? 전 직원들이 증언하는 '은폐 문화'
전 도쿄전력 직원들을 어렵게 만나 도쿄전력이 어떤 회사인지 직접 들을 수 있었다.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본사에 근무 중이던 직원부터 사고 전 원전 설계에 참여했던 직원, 사고 직후 원전을 수습한 노동자 등을 만났다. 한때 우수직원으로 표창까지 받았다는 이치이 다다후미씨. 이치이씨는 제작진을 만나 12년 전 사고 당일 기억을 털어놓았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위험하다' 이런 식으로 사고 당일 저녁부터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정보를 알고 있는 관계자는 도망쳤고 주민들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도쿄전력 사고 당시 본사 근무 직원 이치이 다다후미씨)
다른 전 직원들도 도쿄전력의 쉬쉬하는, 특유의 은폐 문화를 들려줬다. 제1원전 설계에 참여했다는 기무라 도시오씨는 급기야 '은폐'가 도쿄전력의 특기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관방참여였던 고사코 토시소씨는 그 이유로 관료주의를 꼽았다. 오염수 방류라는 초유의 방식을, 그런 도쿄전력에게 믿고 맡겨도 될까. 도쿄전력은 이에 대해 "조직문화를 개선하려 노력 중"이라고 제작진에게 답해왔다.
"과학적 검토" 강조하는 정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하나
IAEA의 최종 보고서와 지난달 15일부터 이어진 정부의 일일브리핑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안은 좀처럼 잠재워지지 않는다. 오염수 방류 논의가 점화되자 급기야 소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한숨은 일반 국민들보다 더욱 깊은 현실. 제작진은 제주, 경상남도 통영 등 국내 어업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민의 가장 큰 걱정은 식탁 위 먹거리다. 국민들은 방류 이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가 풀려 오염된 물고기를 먹게 되는 게 아닌가 우려한다. '추적 60분'은 국내외 전문가에게 이와 관련해 물었다. 정부는 수차례 규제 해제를 부정했지만, 제작진이 만난 일본의 한 국제경제법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수입 규제를 유지하고 싶다면, 아직도 수입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으면, (규제 유지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쓰요시 일본 조치대 국제경제법 교수)
'추적 60분'의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를 가다' 편은 오늘(7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