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정영학 회계사를 협박해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사업 초기 동업자인 정재창씨를 송치했다.
별개의 사건이지만, 대장동 토목사업권 비용으로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과 갈등하다 고소된 나모씨에 대해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불송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정씨를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정씨는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정 회계사를 상대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60억원을 갈취하고, 30억원을 추가로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사업 초기부터 정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과 함께 대장동 사업을 추진한 인물이다. 그러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발을 뺐다. 하지만 2015년 민관합동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급물살을 탔고, 정씨는 다시 대장동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2021년 12월 정 회계사가 경기남부경찰청에 정씨를 공갈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정 회계사는 정씨가 "자신에게 150억원을 주지 않으면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검찰은 일부 보완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이날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으로부터 100억원을 송금받은 토목건설업체 대표 나씨에 대해선 불송치 결정했다. 이 사건은 정씨와는 별개 사건이다.
박 전 특검의 인척인 이모씨는 나씨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며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나씨가 2014~2015년 당시 대장동 토목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자신에게 20억원을 건넸다가, 이후 사업권을 얻지 못하자 협박해 100억원을 가로챘다는 내용이다.
이씨가 나씨에게 넘긴 100억원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2019년 4월 송금받은 109억원에서 나왔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21년 4월 이런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수사 기관에 통보했다.
경찰은 나씨와 이씨에 대한 대질조사를 실시했으나,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증거까지 분석한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사건을 송치했으며,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