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하청업체들에 휴대폰 강매 물의

협력사와 상생한다면서 비밀리에 휴대폰 할당

지난달 18일 SK텔레콤의 네트워크부문 협력사인 Z사와 그 계열사의 모든 임직원들은 ''SKT 행사''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KTF와 LG텔레콤 사용자의 번호이동이나 SKT 신규가입을 요청한 것으로 37종류의 핸드폰 기기에 대한 설명서와 가입신청서 등의 파일들이 첨부돼 있었다.

특이한 것은 ''유의사항'' 난이다. "본 상품은 SK 임직원 및 주변 지인 분들을 위한 상품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의 더욱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특히 "이동전화대리점, 판매점, 他이통사 관계자, 통신 관련기관 관계자에게 언급 및 노출 불가"라고 재차 당부돼 있었다. 휴대폰 가입 행사가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문구들이다.

문제의 메일을 발송한 사람은 이 회사에서 SK텔레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사원 Q씨였다. Q씨에게 ''SKT 행사가 아직도 진행되느냐''고 묻자 그는 "5월 행사는 끝났고 6월 행사는 아직 접수를 받지 못했다. (접수되면) 내부적으로 공유될 것이다."고 말했다.

◈ "대외노출 불가", "주의필요"…은밀히 가입 작업 진행

그러나 ''누구의 요청으로 메일을 발송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가 잠시 뒤 "SKT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 회사의 다른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Q씨의 말은 사실과 달라 보인다.

한 직원은 "오랜만에 할당이 떨어졌다"며 "이번 할당량은 알 수 없으나 과거에는 200대씩 할당이 내려오곤 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할당이 아닌 ''행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지만 내용상으로는 할당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메일에 첨부된 가입신청서의 추천인란에는 SK텔레콤 직원 K씨의 이름이 새겨있었다. Z사가 몇 개의 물량을 채웠는지 식별 코드 역할을 하는 추천인의 이름만 보더라도 이번 행사가 할당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시기, SK텔레콤의 또 다른 네트워크 부문 협력사인 Y사와 X사에서도 이 같은 할당이 떨어졌다.

가입 방식은 영업사원이 대신 처리하는 방식으로 똑 같았다. 가입신청서를 모은 해당 영업사원이 SK네트웍스의 ''온라인 숍''에 직접 로그인해서 접수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 쉬쉬하는 SKT 협력사들 "그 것은 을(乙)의 숙명"

단말기 대금의 경우는 SK네트웍스가 사후 통보한 신한은행의 ''가상계좌''에 송금이 이뤄졌다. 서류 처리 과정에 이처럼 SK네트웍스가 개입돼 있는 것은 SK텔레콤의 가입 업무를 이 회사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가 할당량을 채웠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할당량은 대부분 소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가입자 유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더라도 협조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있게 될 입찰이나 신규아이템 개발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외면하기 어렵다"며 "그 것은 을(乙)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부당함을 감수하면서도 협력사들이 쉬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하청업체는 네트워크, 콘텐츠, 솔루션 등 여러 부문에 걸쳐 1000여개 회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특정 부문에 한정해 할당을 했는지, SK텔레콤과만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는 업체들에게만 한정해 행사를 진행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부문의 경우 기지국 업무를 담당하는 1군이나 중계기 업무를 담당하는 2군 등 회사 규모에 비례해 할당량이 조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5월에 이 같은 할당 행사를 벌인 때문인지 20만 명의 순증 가입자를 확보해 1/10에 머문 경쟁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이 사이트는 지인들의 이동전화 가입 또는 기기변경 요청에 응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내부용 가입채널로 하청업체 강제할당을 위한 것은 아니다"며 "대리점들에 노출을 금한 것은 단말기 구매금액이 일반시장 가격과 차이가 날 경우 불만요인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또 "일부직원들이 지인 가입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기위해 협력사에 가입 또는 기기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내부직원들의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담당자는 "협력사 동원 문제는 보고 받지 못했다"며 "사실이라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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