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사태'의 주범으로 수감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법원과 검찰청 호송통로 구조를 직접 약도로 그리는 등 '탈주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봉현이 법원과 검찰청 호송 통로를 전부 기억해서 손수 연필로 약도를 그려놨다"며 "굉장히 치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녁까지 조사를 받으면 식사시간, 교도관 수, 교도관의 움직임 등을 쭉 기록했다"며 "조사를 받고 방에 돌아오면 법정에서 교도관이 앉은 자리 등을 복기해서 메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직접 작성한 약도에서 본인을 '구출자'라고 표기하거나 호송차 내부 좌석표, 청사 흡연구역, CC(폐쇄회로)TV 미설치구역, 건물 후문의 야간 개방 여부 등 세부적인 정보들을 담았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은 2심 재판을 받으러 출정하거나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갈 당시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주하려는 계획을 꾸몄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 등에 따르면, 미리 준비된 차로 교통사고를 내고 사설 구급차로 도망치거나 법정에서 방청객으로 위장한 조력자가 소란을 피운 틈을 타 달아나는 등 구체적인 상황별 도주 시나리오도 준비된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전날인 5일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탈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료 수감자의 지인을 만나 착수금 명목으로 1천만 원을 건네는 등 탈옥을 도운 혐의로 김 전 회장의 누나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도주 계획 반출 경위와 추가 조력자도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감자 메모는 여러 방법으로 외부로 반출될 수 있다"며 "어떤 방법으로 반출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수 차례 도주를 시도한 이력이 있다. 그는 2019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5개월 동안 도주했다가 붙잡혔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던 중 1심 결심공판 당일인 지난해 11월 11일 보석 조건인 전자장치를 끊고 달아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