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만삭 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가 확정된 남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민사16부(김인겸·이양희·김규동 부장판사)는 6일 남편 이모(53)씨가 미래에셋을 상대로 낸 30억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 청구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씨는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미래에셋이 이씨에게 1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지연이자를 제외한 보험금 액수 부분에 대해 이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이씨는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신 7개월이었던 캄보디아인 아내는 이 사고로 숨졌다.
이씨는 생전 아내 앞으로 삼성생명보험, 미래에셋 등 25건의 보험을 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금에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가 자신을 수익자로, 아내를 피보험자로 95억 상당의 보험에 가입한 행위를 의심해 살인 및 보험금청구 사기 등 혐의로 이씨를 기소했다.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것 역시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은 간접 증거만으로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지만, 2심은 이씨가 범행 전후 보험 수십건에 가입한 점 등을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씨의 범행동기가 선명하지 못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2심 법원에 돌려보내면서, 이씨는 살인과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그 뒤 보험사 12곳을 상대로 보험금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대부분 소송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1심 소송의 결과는 엇갈렸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은 1심에서 이씨의 승소가 확정됐다. 이 외에도 농협생명보험과 교보생명보험,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은 이씨가 승소했고, 라이나생명보험과 흥국생명을 상대로 낸 소송은 패소했다.
이씨는 소송가액이 30억원9000만원으로 가장 큰 삼성생명과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