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극을 꾸민 라임 사태의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주 계획 단계에서 여러 가지 탈주 시나리오를 꾸몄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도주 계획을 도운 혐의로 김 전 회장의 친누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는 5일 김 전 회장이 탈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료 수감자의 지인을 만나 착수금 명목으로 1천만 원을 건네는 등 탈옥을 도운 혐의(피구금자도주원조미수)로 김 전 회장의 누나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은 2심 재판을 받으러 출정하거나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갈 당시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주하려는 계획을 꾸몄다.
검찰은 구체적 도주 시나리오가 담긴 A4용지 수십 장 분량의 문건과 김 전 회장이 동료 수감자에게 건넨 편지 등을 확보했다. 해당 계획 문건에는 세부적인 도주 일정과 계획, 동선 뿐 아니라 검찰과 법원 청사 도면 등도 담겼다.
또한 미리 준비된 차로 교통사고를 내고 사설 구급차로 도망치거나, 법정에서 방청객으로 위장한 조력자가 소란을 피운 틈을 타 달아나는 등 구체적인 여러 가지 도주 시나리오가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위해 피의자를 수용하는 검찰 구치감 비밀번호는 교도관 옆에서 김 전 회장이 직접 파악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김 전 회장은 2019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5개월 동안 도주했다가 붙잡혔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1심 결심공판 당일인 지난해 11월 11일 보석 조건인 전자장치를 끊고 달아나기도 했다.
검찰은 누나 김씨의 구속영장에 두 번째 도주 시도를 도운 혐의(범인도피교사)도 적었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의 또 다른 도피 조력자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홍모씨와 자신의 남자친구가 김 전 회장과 통화하도록 메신저 등으로 연결해주면서 수사 상황을 공유해 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말 김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여권 무효화 조치 등으로 귀국을 유도했다. 올해 2~3월쯤 귀국한 김씨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한 차례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수원여객·재향군인상조회 등을 상대로 1258억 원대 횡령·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30년과 추징금 769억 3540만 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