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수신료 폐지"…KBS×이사들, 방통위에 '반박'

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앞으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이달 안으로 공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모습. 황진환 기자
KBS와 KBS 이사들이 방통위의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정면 반대하고 나섰다.

KBS는 5일 재차 입장을 내고 "전기요금과 수신료가 분리 고지되면 국민 불편이 오히려 증가하고 국민 부담만 가중될 위험이 크다. 시행령이 바뀌어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수신료를 따로 납부하는 번거로움만 따른다. 또한 공익적인 콘텐츠 제작에 써야 할 비용 수천억 원이 수신료 징수에 무의미하게 낭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들이 수신료 납부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납부하는 선택권을 갖기 어렵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주장에는 "전기요금과 통합돼 고지되는 수신료 납부 의무를 국민들이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며, 현재도 고지서 등을 통하여 납부 의무 등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충분히 안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별도 고지를 통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금액을 인지해 잘못 고지된 경우 바로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징수 여부, 금액 등을 인지 못한다는 우려는 억측이다. 잘못 고지된 경우는 스크롤 자막방송을 통해 수상기 등록신고 의무 및 수신료 면제 대상자·신청 방법을 수시로 알리는 한편, 고지서 등을 통한 서면 안내와 직원 현장방문을 병행하고 있고,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없는 경우 수신료 해지·환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콜센터와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수신료 과오납의 사례는 연간 500만건의 전출입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수상기 설치나 설치장소 변경, 폐기 등을 수상기 소지자가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방송법 시행령 내용의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KBS는 이번 개정안이 이르면 이달 안에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을 두고 "30년 간 지속되어 온 통합고지 방식을 분리고지 방식으로 전환하고 징수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만 수 개월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포일부터 시행하겠다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하며, 이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입법예고 시 제출한 의견서에도 명시돼 있다"고 짚었다.

또 "정부가 졸속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청사진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법령 개정과 함께 정부에 권고한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책임 이행 보장 방안 마련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 진정으로 공영방송 제도가 적절히 운영되어 국민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려면 충분한 숙고와 논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KBS와 EBS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징수(수신료 분리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황진환 기자
KBS 이사 7인은 방통위 의결에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됐음을 지적했다.

이사들은 "방통위는 전체 5명의 상임위원으로 회의체를 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의결한 야권 상임위원의 선임을 4개월 째 미룬 채 파행 운영을 거듭해 왔다. 그러다 7월 5일 여권 상임위원 2명 만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작전하듯 의결했다. 이는 민주주의 원칙을 심대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했다.

이어 "방통위는 대통령실이 주도한 '국민참여 토론' 온라인 의견을 근거 삼아 '국민 다수의 뜻'이라며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해 왔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에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접수된 4712건의 의견 가운데 90%가량은 '분리 징수 반대'였다"며 "반대 의견을 낸 90%의 국민은 다른 나라 사람인가. 행정절차법은 '행정청은 해당 입법안에 대한 의견이 제출된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존중하여 처리'하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방통위는 이 규정마저 거스르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시행령 개정 과정에 있어서도 "방통위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공영방송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임을 잘 알면서도 시행령 개정령안을 일반적인 입법 예고기간인 40일에 크게 못 미치는 불과 10일 동안만 예고했다. 국민 의견 수렴을 사실상 도외시한 것"이라며 "당사자인 KBS의 의견진술 요청은 거부됐고, 징수 비용 급증과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한전의 의견마저 무시됐다.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결정의 주체인 KBS 이사회 역시 방통위의 협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특히 수신료가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특별부담금이란 점에 있어서 "개정 시행령은 무엇보다 국민이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오도될 우려가 크다. 이런 수신료를 국회 및 사회적 차원의 논의 없이 시행령 개정 하나로 사실상 폐기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이번 기회에 수신료, 나아가 공영방송 재원 구조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방통행식 진행을 우선 멈추고, 공영방송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이를 통한 근본적 대안 마련이 이뤄지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KBS 공정성과 경영 효율성을 두고 나오는 꾸준한 지적에 대해서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 등으로 공영방송 KBS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졌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질책 또한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 저희 이사들은 KBS가 처한 현 상황에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KBS가 국민 모두에게 사랑 받는 공영방송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TV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라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는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변경된다. 현재 공영방송사 KBS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위탁해 수신료(EBS 포함)를 통합징수하고 있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면 이를 제한하게 된다.

향후 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 및 의결, 대통령 재가 등을 거치면 개정된 시행령은 이르면 이달 안에 공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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