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53차례 비행…하루에 日 두 번 왕복" 에어부산 승무원의 호소

승무원 한 명이 한 달에 53차례 비행…비행시간은 무려 90시간에 달해
"한 달 휴일 6일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비행 부탁'에 시달려"
에어부산 승무원들 "5년 전 승무원 실신 사태 재현될 것 같다" 호소

에어부산 제공

코로나19 엔데믹 후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부산에 연고를 둔 저비용 항공사 '에어부산'이 운항 노선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승무원들이 과로에 시달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비슷한 상황의 저비용항공사에 비해 인력 충원까지 늦어져 승무원은 물론 승객 안전까지 우려된다.

하루에 일본 2차례 왕복하기도…한 달 휴무일은 6일에 불과


에어부산 승무원 A씨는 최근 무리한 비행 일정 때문에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루 동안 일본을 두 번 왕복하며 4차례나 이·착륙하는 일정을 소화하는가 하면, 연달아 6일 동안 비행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달 휴무는 단 6일에 그쳤고, 휴무에도 비행해 달라는 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원을 대폭 감축한 상황에서 최근 비행 일정이 많이 늘어나 이를 감당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승무원 A씨는 "최근 한 달 평균 비행시간만 80~90시간쯤 되는 것 같다. LCC(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일본과 국내선 등 단거리 노선인 점을 고려하면 말도 안 되는 비행시간"이라며 "다른 항공사 사례에서도 이런 일정은 보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에어부산 승무원 2명의 이번 달 비행 일정을 입수해 분석했다. 독자 제공

실제로 에어부산 승무원 2명의 비행 일정을 확인해 보니. 이번 달 비행은 국내선과 국제선을 더해 모두 53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4차례 이상 이·착륙하는 날은 11일에 달했다. 반면 휴무일은 평균 6일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일정은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 저비용항공사에 근무하는 승무원 B씨는 "여행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달 비행시간은 60~70시간이고, 많아도 80시간을 넘은 적은 없었다. 휴무는 평균 9일쯤 된다"며 "에어부산의 비행 일정이 빡빡하다는 건 익히 소문이 나 있었는데, 요즘은 상황이 더 심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늑장 신규 채용에 인력난 불가피…승무원 물론 운항 안전까지 '빨간불'


에어부산 제공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객실 승무원 100여 명을 선발했다. 티웨이 항공 역시 지난해 하반기 신입 객실 인턴 승무원 90여 명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제주항공도 올해 1월에 승무원 공개 채용을 진행하는 등 코로나 엔데믹이 다가오자 대부분 항공사가 인력 충원에 발 빠르게 나섰다.
 
반면 에어부산은 코로나 사태로 채용을 중단한 지 만 4년 만인 지난 4월에야 채용을 시작해 승무원 40여 명을 선발했다. 하지만 교육을 거쳐 인력 배치까지 수개월이 걸려, 항공 수요 회복에 따라 운항을 확대할 때까지도 인력을 충원하지 못했다.
 
성수기까지 승무원 부족 사태가 해소되지 않자, 에어부산은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일반직으로 전환했던 객실 승무원을 상대로 다시 직무 전환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직원 사이에서는 탑승 근무 교육과 자격 문제 등을 들며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씨는 "모든 승무원은 1년마다 안전교육 등을 통해 탑승 근무 자격을 갱신해야 하기에 일반직으로 전환한 지 1년 미만의 직원만 승무직 직무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승무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니 주먹구구식으로 내부 인력을 활용하는 건데, 결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 캡처. 독자 제공

이 때문에 에어부산 직원 사이에서는 5년 전 있었던 '승무원 실신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018년 에어부산에서는 두 달 동안 승무원 5명이 쓰러져 비행 일정을 중단했는데, 당시에도 무리한 비행 일정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시 승무원이 쓰러지는 뉴스를 볼 것 같다", "당장 안전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 등 우려와 고충 호소 글이 잇따르고 있다. 또 승무원의 건강 이상은 승객 안전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A씨는 "퇴직자와 병가자가 속출하면서 휴가를 내려고 하면 스케줄 팀에서 '대체 인원을 구하기 어렵다. 쉬운 비행으로 바꿔줄 테니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면서 "승무원은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켜야 하는 안전요원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일해왔지만, 이제는 하루 일정을 해치워 버리자는 생각만 든다"고 토로했다.
 
반면 에어부산 측은 운항 일정 등 안전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며 필요할 경우 수시로 인력을 뽑겠다고 말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항공법 시행규칙에 따른 승무원 휴게·근무 시간은 법정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상시로 점검받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승무원이 무리한 비행 일정이나 인력 부족에 대한 고충을 접수한 바 없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력 충원 계획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수시 채용으로 승무원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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