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재직 시절 과거 동료로부터 금품과 접대를 받은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첫 기소 대상이 된 김형준 전 검사에 대한 항소심이 시작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받은 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5-1부(구광현·최태영·정덕수 부장판사)는 5일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형준 전 검사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과거 검찰 동료였던 박모 변호사에겐 뇌물 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의 1호 기소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공수처는 김 전 검사가 지난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근무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과거 검찰 동료 박 변호사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1천만 원과 90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지만 1심 재판부는 직무대가성 등을 고려할 때 뇌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항소한 공수처는 이날 공판에서 "공수처는 피고인(김형준)을 단순뇌물수수죄로 기소했는데, 단순뇌물수수죄는 직무관련성을 요구할 뿐이지, 실제 사건 무마나 청탁 등의 부정한 행위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라며 "그런데도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박 변호사 사건의 주임검사에게 신속한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단하는 등 단순뇌물수수죄가 요구하고 있지 않은 추가적인 요구를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직무관련성도 명백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뇌물 수수 시점이 피고인이 예금보험공사로 파견 갔을 때이고 이에 원심은 예금보험공사 파견 중이라 실제 사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과거 담당 직무에 대해서도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분명히 판시하고 있다. 피고인이 예금보험공사로 갔지만 단지 1년 파견에 불과한 것이고 직무관련성이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또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 간의 친분이 인정된다고 봤지만, 피고인(김형준)은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이 남부지검 합수단에 배당된 이후부터 자주 연락했다"라며 "당시 박 변호사는 단순 변호사라기보다는 투자 회사를 설립해 대규모 주식투자를 하던 때여서 예금보험공사 파견 이후 검찰에 복귀할 예정이었던 김 전 검사에 대한 뇌물을 줄 동기도 인정된다"라고 말했다.
공수처의 항소에 대해 김 전 검사와 박 변호사 측은 정치적 기소라며 항소 기각을 요구했다. 김 전 검사 측은 "원심 판단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며 특히 1심 재판 과정에서 확인한 자료로는 1천만 원도 분명히 직후에 반환, 변제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실질적으로 다른 금전거래들과도 같은데, 그것을 뇌물수수로 봐야 하는지 상당히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수처가 김 전 검사의 스폰서로 알려진 고교동창 김모씨 등을 포함해 총 5명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김 전 검사와 박 변호사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검사 측은 "원심에서도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다"라며 "검사가 신청한 증인들에 대한 증인 신문은 불필요하다. 7년 이상 지난 일을 증인들이 이제 와서 무엇을 기억해서 말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직접 발언권을 얻은 박 변호사는 "공수처에서 증인 신청하겠다는 김모 씨는 앞서 위증 사실을 자인한 적이 있고 수많은 사람을 무고했다"라며 "또 사건 쟁점과 관련도 없는 사람을, 거짓말하는 사람을 법정에 불러서 피고인을 비난하는데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난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좋지 않은 심증을 일으켜 유리한 판결을 받으려는 공수처의 비정상적 재판 수행"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인신청 채택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8월 25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