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8부 능선 넘은 日…남은 건 '시기'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일본 측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방류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기구로부터 사실상 오염수 방류에 대한 승인을 얻으며 유리한 고지를 점한 일본은 당분간 해안 방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안 방류 계획이 8부 능선을 넘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4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최종 보고서를 전달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7차 보고서 겸 최종 보고서에서 IAEA는 "오염수 처리 방식이 국제안전기준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기시다 총리와 회동 직후 열린 일본기자클럽 주최 회견에서 "2년 간 걸쳐 평가를 했다"며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그동안 오염수 해안 방류를 놓고 주변국들과 신경전을 벌였지만, 이날 최종 보고서 발표로 국면은 전환되는 분위기다.
 
일본은 국제기구로부터 해안 방류의 안전성을 승인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국제적 여론전에 돌입할 태세다. 실제로 마쓰노 히로카즈 관관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는 데 IAEA의 보고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남은 건 방류 시기다. 기시다 총리는 일단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기시다 총리는 그로시 사무총장과 회동에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리더로서 일본이나 세계인들의 건강이나 환경에 악영향이 있는 방류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며 "국내외에 계속 설명해 가고 싶다"고 했다. 최종 보고서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오염수 방류 준비에 착수하는 대신 최대한 국제적 동의를 얻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는 이르면 다음달도 가능하지만, 오염수 저장 탱크 용량이 예상보다 여유가 있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늦으면 내년 초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입장에서도 저장 탱크의 물리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방류를 서두르기 보다는, 국제기구인 IAEA를 전면에 내세워 방류에 반대하는 국가들과 대리전 양상으로 끌고 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도 우리 측에 대한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측면 외에도 일본이 추구하는 여론전의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는 5일 후쿠시마 원전 현지를 방문하는 등 7일 오전까지 방일 일정을 끝내고, 7일부터 9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이 우리나라에 오는 이유가 최종 보고서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8~9일쯤 기자회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 문제와 함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 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일본 내부에선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와 관련된 언급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의 철폐가 계속 정부의 중요 과제이며 부처 간에 협력하면서 적절한 형태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를 두고 WTO 1심 패소 후 2심에서 승소하며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기구 승인 하에 일본이 오염수 방류에 나설 경우 또 다른 도전에 맞서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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