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4일 발표하자 중국 '성급한 발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IAEA 보고서는 평가 작업에 참여한 모든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관련 결론이 모든 전문가의 만장일치로 승인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IAEA의 성급한 보고서 발표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IAEA 보고서가 일본이 바다에 오염수를 배출하는 '부적'이나 '통행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한된 권한으로 인해 IAEA는 일본의 해양 배출 계획의 적법성을 검토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정화 장비의 장기적 효율성을 평가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원자력 오염수 데이터의 진정성과 정확성을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결론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12년 전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 세계의 지원을 받았지만, 12년 후 일본은 핵 오염의 위험을 모든 인류에게 전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일본의 행동은 도덕적 책임과 국제법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IAEA는 해양 환경과 생물학적 건강에 대한 원자력 오염수의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데 적합한 기관이 아니고 일본이 져야 할 도의적 책임과 국제법상 의무를 면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으며, 국제사회가 함께 해양 방류를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달 22일 열린 제53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중국 대표는 "일본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한 것은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일본은 지금까지 핵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서도 중국 대표는 연설을 통해 "직설적으로 말하면, 바다 방류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 돈을 절약하고 세상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라며 "태평양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버리는 하수구가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즈는 지난 3일 "중국 대중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일본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불매 운동은 일본산 화장품과 식품에 집중되고 있는데 예를들어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일본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 SK-II는 중국의 대규모 쇼핑 할인 프로모션인 '618' 행사 기간 판매량이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은 정부 당국이 공식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관영매체가 나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중국 정부의 묵인하에 관영매체가 분위기를 띄우며 일본 제품에 대한 대규모 불매운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