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면죄부 준 IAEA "도움줄 준비 돼있다"[정다운의 뉴스톡]

그로시 사무총장, 2021년 발표 주목



[앵커]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조금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최종 검토 보고서를 공개했죠. 핵심 내용은 뭔가요?
 
[기자]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오늘 일본을 방문해서 보고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보고서 내용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출계획과 이행과정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NHK는 "일본 정부가 여름 방출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있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앵커]
예상했던 결과인거죠?
 
[기자]
사실 IAEA는 이미 일본의 해양 방류를 환영했던 곳입니다. 일본은 2021년 4월 오염수 해양 투기를 결정하고 IAEA에 평가를 요청했습니다. 바로 직후(4월 13일)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환영'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당시 발표 내용 들어보시죠.
 
"저는 이 중요한 발표를 환영합니다. 이것은 후쿠시마 원전 해체(decommission)라는, 더 나은 진전을 위한 도로를 포장하는데 도움이 될 이정표입니다. 일본의 요청에 따라 IAEA는 원전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검토하는데 기술적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은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
IAEA는 일본의 방류 계획을 검토하기도 전에 환영하고 일본에 도움이 되겠다고 공언한 겁니다.
 
[앵커]
이 때문에 IAEA 활동에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었는데, 이번 IAEA 검토 보고서, 문제는 없나요?
 
[기자]
사실 바다에 오염원을 버리는 일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죠. 오염원 농도가 기준치 이하라고해도 오염원은 오염원인 것입니다. 그런데 IAEA는 이 같은 행위에 면죄부를 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바다에 오염원을 투기하는 일을 막을 명분을 국제기구가 없앤 겁니다.
 
[앵커]
하지만 일본은 원전이 있는 나라들 모두 방사선 물질을 바다에 버리지 않느냐, 이런 반론을 펴기도 했잖아요?
 
[기자]
삼중수소 이야기하면서 꺼낸 논리였죠. 물론 일본 말대로 중국이나 우리나라 원전도 바다에 삼중수소(tritium) 버립니다. 삼중소수는 핵종처리시설(ALPS)로도 거르지 못하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삼중수소와 우리나라 고리원전의 삼중수소는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를 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그렇게 하자고 약속해서 하고 있는 일입니다. 해양 방출의 편익이 그 피해보다 크다는, 이른바 정당화의 원칙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삼중수소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사고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정상적인 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와 고로 생긴 삼중수소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겠죠
 
[앵커]
더욱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삼중수소에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은 삼중수소 문제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오염수 방출의 핵심이 삼중수소처럼 변질돼 있는데, 일본 오염수는 원자로가 녹아서(멜트다운) 생긴 것으로 전례가 없는 사고입니다. 전례없는 사고 과정에서 나온 오염수는 정상적으로 가동중인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의 반응 들어보시죠. 
 
"가동 원재료는 삼중수가 나오지만 다른 핵종들은 거의 없거든요. 근데 여기는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다른 핵종도) 우글우글 있는 거예요. 스트론트움, 세션 뭐 별거 다 있어요. 여기는 없는 게 없습니다. 백화점입니다. 핵종백화점. 그거하고 어떻게 똑같이 비교해요. 똑같이 나온다고 삼중수소만 갖다 놓고 비교하는 거는 사기입니다."
 
[기자]
ALPS가 삼중수소를 제외한 모든 핵종을 거르는지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일본이 국제사회에 ALPS 등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일본은 사고 초기 몰래 오염수를 버린 전과도 있고, 거짓말도 많이 했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자료만을 근거로 한 IAEA의 검토가 오류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앵커]
방류의 정당성 외에, IAEA에게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냐, 즉 IAEA의 자격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지 않나요?
 
[기자]
IAEA의 존립 목적은 핵의 평화로운 '사용(use)'을 '촉진(promotion)'하는 것입니다. 또 원자력 산업의 보호자로 통하기도 합니다. 원전 사고 발생시 지원하는 일도 IAEA의 역할도 하고요. 이러다보니 원전 대국인 일본의 든든한 후원자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 때 '환영'하고 '도움이 되겠다'고 했던 것이고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왼쪽)이 4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일본도 여러 국제기구 가운데 IAEA에 도움을 청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기자]
사실 오염 물질의 해양 방류 문제를 다루는 국제 논의 구조는 많습니다. UN해양법협약(해양환경의 연구, 보호 및 보전과 해양생물자원의 보존을 촉진하기 위해 확립해 놓은 해양에 대한 법질서 체계), 런던협약(항공기와 선박의 해양투기 방지), 리우선언(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국가들의 의무 규정), 국제해양법재판소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 국제기구 대신 일본은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에 IAEA를 결합시킨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환경 문제가 명백합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부터 지난해까지만해도 대한민국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런던협약 총회에서 다뤄야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해양에 버리기 때문에 항공기 선박 해양 투기를 막은 런던협약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범부처 브리핑에 참석한 전재우 해수부 기조실장의 설명 들어보죠.
 
"일본 정부는 사실 이 협약이 항공이나 선박이나 해상구조물에서 바다에 투기되는 부분을 다룬 협정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것은 육상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가는 부분이니까 해당이 되지 않는다, 라고 일본은 주장하고 있고, 저희는 이 협약하고 의정서의 2조 목적에 보면 당사국들은 해양환경 보전·보호하는 데 노력해야 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목적을 가지고 계속 총회에서는 다뤄야 된다고 저희는 계속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앵커]
우리정부가 작년까지만 해도 이 기조를 유지했다고요?
 
[기자]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우리 정부가 180도 입장을 바꾼 만큼 올해 런던협약 총회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무튼 이 문제를 환경 문제로 접근해야, 앞으로 해양 오염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이 이 문제에 IAEA를 불러들이면서 핵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가 환경문제가 아닌 원전문제, 정치의 문제로 둔갑한 것입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IAEA의 이번 면죄부는 일본 외교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IAEA 그로시 사무총장이 우리나라도 방문한다죠?
 
[기자]
7일에 일본 방문 마치고 방한. 9일까지 체류하면서 다양한 사람들 만납니다. 윤석열 정부가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이 사람을 만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내 과학자들도 그로시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중입니다. 이들은 "농도를 기준으로 오염수 해양투기를 승인한 것은 향후 지구오염을 촉발하는 중요한 선례가 되는 국제환경 범죄행위", "공해상에 오염수를 버리는 행위는 몰염치의 극단"이라는 입장이다.
 
[앵커]
그로시 총장이 원자력학계 사람들만 만날게 아니라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을 하는 게 우리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더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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