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영우 아빠처럼 미혼부라는 이유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던 친부가 법원의 결정으로 자녀의 등록부를 갖게 됐다.
4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가정법원 김형태 판사는 지난 5월 25일 A씨가 낸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재판에서 A씨의 신청을 인용했다.
김 판사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2항 규정에 따라 친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어 모(母)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또는 모가 공적 서류·증명서·장부 등에 의해 특정될 수 없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A씨는 회사 동료인 베트남 국적 여성 B씨와 2년여 간 교제를 하던 중 지난해 9월 딸을 얻었다. B씨는 출산 며칠 후 갑자기 집을 나갔고 이후에는 연락도 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홀로 딸의 출생을 신고하려 했지만,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해 출생신고를 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 관계가 없는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모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모의 소재 불명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모가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거나 모의 성명,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어 특정할 수 없는 등의 경우에는 법원의 확인을 받은 후 비로소 부(父)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A씨의 도움 요청을 받은 공단은 친모가 갑자기 소재불명되는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점을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가족관계등록법에서 정한 예외를 인정했고 A씨는 딸이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출생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김동철 공익법무관은 "인간은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를 가지는데,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이러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3월 가족관계등록법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 조항은 2025년 5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유지하며 개선 입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