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앞으로 통일부의 역할 변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남북교류 협력 업무 보다는 북한 도발, 인권 문제 대응 등 윤석열 정부 기조에 맞춘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 통일부 수장 취임과 함께 이러한 방향 전환에 맞춘 인적·조직 개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2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 참모들에게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 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통일부의 업무가 대북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 교류 등 '남북 교류협력'에 지나치게 무게를 뒀다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큰 방향으로 두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는 북한의 행위로는 북핵 위협, 도발, 인권, 납북자 문제 등이 거론된다. 이 같은 현안 대응에 통일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북한 정보 수집, 대북 제재 추진,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통일정책 교육 등과 같은 업무에도 무게가 실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제까지 통일부가 북한의 입장에 맞춰왔다면, 이제는 우리의 입장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통일부에 대한 변화 의지는 지난주 개각에서 통일부 장관과 차관을 모두 외부 인사로 기용하면서 일찌감치 예상돼 왔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역임했고 윤석열 정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인사 발표 관련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앞으로 통일부 장관 임명 시 원칙 있는 대북 정책,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해 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 역시 지난달 30일 취재진과 만나 "통일부의 역할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통일부가) 앞으로 원칙이 있는 대단히 가치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향 전환과 함께 세부적인 정책 변화가 이뤄지고, 그에 걸맞는 인적·조직 개편 등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북한을 사실상 도와주고 방조하는 역할을 했고 현 정부는 확실히 차별화됐는데, 통일부의 지난 1년은 그런 면에서 좀 미흡했다. 굉장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간 게 아닌가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화를 좀 가져보자. 우리 목소리를 갖고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개각으로 진용을 갖춘 윤석열 정부 2기는 국정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차관 내정자들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저에게 충성하지 마시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십시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헌법 정신 수호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각 부처는 이번 개각에 따라 고위공무원단을 중심으로 대규모 내부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들이 인사에 앞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