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같아요. 동남아. 이렇게 습할 수가 없어요"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4도에 달한 2일 오후, 광진구 자양동의 집을 나와 11살 아이들과 함께 뚝섬 한강공원 야외수영장을 찾은 장은경(39)씨는 "너무 습하고 더워서 땀이 줄줄 나고 얼굴이 계속 빨개진다"며 "3시쯤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이들과 짧게 놀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폭염주의보 사흘째인 이날 장마전선이 남하한 사이 전국 180개 특보 구역 중 무려 136곳에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등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장마로 습해진 공기가 불쾌지수를 더 높였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의 일평균 습도가 80%를 기록해 체감온도는 33.3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오후 찜통더위를 피해 야외수영장과 분수대 등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3살 딸과 함께 야외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홍선희(44)씨는 "날씨가 너무 더웠는데 시원한 수영장에 오니까 하나도 안 덥다"며 "여름에는 늘 오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 한쪽 그늘에 마련된 벤치에 남편과 강아지 두 마리와 앉아있던 장모(60)씨는 "(강아지들이 무더위에)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게 하려고 털을 다 깎았다"며 물티슈로 강아지들의 귀를 닦아주고 있었다. 종로구민인 장씨는 "집에만 있으면 무료해서 나왔다"며 "해질 때 맞춰서 오후 4시쯤 나왔더니 덜 덥다"고 말했다.
4살 딸과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물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설희(34)씨는 "날씨가 너무 습해서 여기 물놀이가 너무 잘돼있어서 아이 물놀이시키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아이를 그냥 안고만 있어도 땀이 줄줄 나온다. (체감온도가) 한 35도 되는 것 같다"며 이마 위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복합쇼핑몰·영화관 등에도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불볕더위를 피해 찾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8살 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조민석(37)씨는 "놀이터에 있으면 습하고 더워서 애들도 짜증을 내니까 키즈카페에 가고 쇼핑도 하려고 복합쇼핑몰로 왔다"며 "(복합쇼핑몰에) 하루 종일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딸과 함께 타임스퀘어를 찾은 김복순(59)씨는 "날씨가 너무 습해서 땀이 줄줄 흐른다"며 "영화관 가서 딸이랑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고, 시원한 데서 옷도 보려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은 권예린(13)양은 "밖이 너무 더워서 쉬려고 영화관에 왔다"며 "코난을 보고 카페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밤부터 3일 오후까지 제주와 남해안부터 시작해, 오는 4일부터 5일 오전까지는 전국에 장맛비가 다시 내릴 전망이다.
이 기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지속돼 폭염과 열대야 발생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가 내리면 습도가 높아지므로 체감온도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