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 입시학원을 겨냥해 세무조사와 합동 현장 점검 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형 학원은 영업 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시대인재 학원을 운영하는 하이컨시의 지난해 매출액은 2747억8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69억9000만원으로 73.6% 늘었고,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9.8%로 1.6%p 상승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2020년 하이컨시의 매출액은 1073억3000만원, 영업이익은 21억5000만원이었다.
매출액은 2년 사이 1.6배, 영업이익은 무려 11.5배로 불어난 셈이다.
수능 온오프라인 강의의 강자인 메가스터디의 성장 속도도 가팔랐다.
메가스터디의 온오프라인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가스터디교육의 지난해 매출은 1년 전보다 18.8% 증가한 8359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6.7% 뛰면서 1353억9000만원으로 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영업이익률 역시 14.1%에서 16.2%로 개선됐다.
교육계에서는 이들 학원뿐 아니라 대형 입시학원 상당수의 매출, 영업이익이 개선됐을 것이라고 본다.
대형 입시학원의 약진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빚어진 등교 차질과 이에 따른 학력 결손을 보완하려는 수요와 수능 '킬러문항' 대비를 위한 수요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여기에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 의대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재수생 등 이른바 n수생이 늘어난 점도 실적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수·n수생들은 상당수가 학원에 다니거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면서 수능을 준비하는데, 교육부와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통계에서는 빠져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인 26조원에 달했지만, 재수·n수생 사교육비를 더하면 훨씬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면서 "통계청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n수생 사교육 실태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5년간 학원 매출이 연평균 4.4%씩 늘어났다는 통계도 나왔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5월 학원(교육) 업종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2일 밝혔다.
대학등록금과 유치원, 유아원,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매출을 제외하고 학원비로만 집계한 수치다.
코로나19 초기 학교와 학원 대면 수업이 제한된 여파로 학원 관련 매출은 2020년 전년 대비 14.9% 줄었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인 2021년 14.6% 증가해 전년 감소분을 곧바로 회복했고 지난해에는 5.6%, 올해 15.5% 각각 증가했다.
특히 30~40대의 학원비 지출 증가율이 눈에 띄었다.
30대 지출은 2021년 21.9%, 2022년 29.2%, 2023년 36.6%씩 증가했다.
40대 지출 증가율도 2021년 36.0%, 2022년 16.5%, 2023년 25.7%로 매년 가파르게 늘었다.
30대가 학원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2%에서 8.8%로, 40대 비중은 2019년 38.3%에서 2023년 55.2%로 큰 폭 상승했다.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 사이에서 사교육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