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그날들' 유준상 "10년만 더…레슨만이 살길"

배우 유준상.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으로 10년만 더 해보겠습니다."

창작 뮤지컬 '그날들' 10주년 기념 공연(7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개막)을 앞두고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유준상(54)은 여느 때처럼 활기 넘쳤다. 소탈한 유머와 기분 좋은 노래 덕분에 인터뷰 분위기는 줄곧 화기애애했다.

2013년 초연 이후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은 '그날들'은 고(故) 김광석이 부른 명곡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2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그날'의 사건을 다룬다.

유준상은 냉철한 원칙주의자 '정학' 역으로 전 시즌 개근하고 있다. 그는 "매 시즌 참여했던 작품이라 감회가 새롭다"며 "얼마 전 장유정 연출이 '선배님, 앞으로 10년 더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10년만 더 해보겠다"고 웃었다.

유준상이 꼽는 '그날들'의 롱런 비결은 이야기와 노래의 힘이다. "지켜주지 못한 사람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 미련, 용서 같은 주제가 모두 담긴 작품이에요. 누구나 살면서 소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삶을 끝내야 하는 때가 오고 소중을 사람을 잃어도 용기와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관객에게 와 닿는 것 같아요."

김광석의 노래를 부를 때면 객석과 무대가 자주 눈물바다가 된다. 유준상은 "공연할 때마다 '김광석 자리'를 만들어 놓는다. 객석 중앙의 한 자리를 비우고 꽃을 올려 놓는데 볼 때마다 울컥한다"고 했다. "노랫말 한 줄 한 줄이 가슴에 사무쳐요. 누가 울면 같이 우는 스타일이라서 제가 노래할 때 관객이 울고 있으면 저는 따라서 울어요."

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 역으로 열연 중인 유준상.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준상은 '그날들'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 초연할 때 40대 중반이었던 나이는 어느덧 50대 중반이 됐다. "나이 드는 게 나쁘지만은 않아요. 이 말을 왜 하는지, 이때 마음은 어떤지, 이 노래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예전보다 훨씬 잘 보이죠. 대신 무대에 선 순간만큼은 스스로 20대라고 되뇌어요. '나의 20대를 볼 수 있는 작품이 어디 있겠어?'라고 생각하니까 20대처럼 움직이게 돼요."

극중 '정학'은 20대와 40대를 오가는 역할이다. 상대역 '무영'(오종혁·지창욱·김건우·영재)과는 친구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관리에도 열심이다. "2년 전부터 테니스를 열심히 치고 있어요. 얼마전 동호인 대회에서도 우승했죠. 덕분에 몸이 날렵해졌고 안무를 더 잘 소화하게 됐어요."

유준상은 "레슨만이 살길"이라고 웃었다. "연기, 노래, 기타,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어요. 한 주가 레슨으로 시작해서 레슨으로 끝나죠. 집에서 늘어져 있으면 '오늘 하루는 와 닿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실력이 모자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이 노력하고 연습해야 한다"며 "쓰임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고 말했다.

1998년 '그리스'에서 '대니'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유준상은 "20대 때는 열정이 넘쳐 주체가 안 될 정도였지만 지금은 조급함이 많이 없어졌다"며 "뮤지컬은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창작 초연 뮤지컬에 대한 애정도 내비쳤다. 유준상의 뮤지컬 필모그래피는 '그리스' '더 라이프' '비틀쥬스'를 빼면 모두 창작 작품으로 채워졌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 창작 작품이 많이 없을 때라서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국내 창작진이 만드는 작품이 늘어나니까 신나서 작업했죠." 그는 "데뷔작 '그리스'의 '대니' 역을 시켜만 주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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