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제목과 곡 소개 글이 공개됐을 때부터 전조는 있었다. 지금 활동 중인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한 노래를 발표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우려하는 반응이 해외 팬을 중심으로 나왔다. 단순히 '좋아하지 않는'이나 '싫어하는'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은 더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 무게감 있는 단어인 '헤이트'(Hate)를 붙인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도 상당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로드리고의 흔적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노래 제목이 제목이다 보니 '헤이트 로드리고'라는 문구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시작부터 로드리고의 '데자부'를 노골적으로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선글라스를 쓴 채 컵 안에 든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운전하는.
소속사 위에화엔터테인먼트는 '헤이트 로드리고'에 "선망의 대상에 대한 좋아하는 마음을 애써 부정해 보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귀여운 질투를 담은 곡이다. 누구나 느꼈던, 하지만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삼켰던 '질투'와 '동경'의 감정을 최예나만의 방식으로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했다"라는 곡 소개를 붙였다. 최예나는 이 곡의 작사와 작곡에도 참여했다.
"네가 너무 좋아" "짝사랑도 아니고 뭐" "뭐가 그리 멋져 너 치사하게" "유 아 마이 스타" 등의 가사를 보면, 최예나와 소속사의 말대로 '잘나가는 멋진 상대'를 향한 시기와 질투가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헤이트'의 정서와는 다르게, 부러움이 부각된 곡이라는 설명 자체는 이해가 된다.
결과물의 완성도에 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재단하진 못하더라도, 아쉬움은 짙게 남는다. 우선, 이 기획으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순수하게 궁금하다.
노래 제목 영향으로 'hate'까지만 쳐도(6월 30일 오후 구글 한국 기준) 'Hate Rodrigo'가 상단에 뜬다. 로드리고 입장에선 본인보다 빨리 데뷔하고 연장자인 한국의 가수가 '헤이트 로드리고'라는 노래를 발표한 셈이다. 이젠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 세계인이 각국의 노래를 듣고 볼 수 있는 지금.
최예나도 마찬가지다. 로드리고에게 무례한 기획이 아니냐는 지적이 정식 발매 전부터 쏟아졌고, 로드리고가 '흥했던' 콘셉트나 시각적 이미지 등을 '오마주'라는 구실로 편리하게 따라 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소속사는 "해당 부분을 뒤늦게 인지하여 사전 공지 없이" 비공개 처리했다며 혼선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출발부터 이 노래가 가리키는 대상이 너무나 분명했는데, 다양한 확인과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할 회사조차 설익은 아이디어를 걸러내지 못했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헤이트 로드리고' 뮤직비디오가 로드리고 측 요청으로 비공개 처리됐다는 데에는 적극적으로 '바로잡았다.' 관련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것이었다. 본인 요청이 있건 없건 상표권, 초상권, 저작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결국 30일 오후 뮤직비디오 수정본이 공개됐지만 비판 목소리는 여전하다.
최예나는 데뷔 앨범부터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치는 데 적극성을 보여줬다. 그동안 '스마일리'(SMILEY)와 '스마트폰'(SMARTPHONE) 두 곡을 통해 밝으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동 같은 매력을 더해 '솔로 최예나'로서 길을 다져가던 중 벌어진 일이기에 더욱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