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시달리던 4살 난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사회적 공분을 산 이번 사건에 대해 재판부 역시 '비인간적인 범행'이라고 강하게 질책하며 중형을 내렸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방임), 과실치상,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A(20대·여)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또 벌금 500만원과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10년 취업 제한도 함께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금정구 주거지에서 자신의 친딸인 B(4)양을 때려 숨지게 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 14일까지 부산 금정구 주거지에서 딸 B양을 폭행하는 등 상습적인 학대행위를 했다.
2021년 11월에는 팔을 휘둘러 B양의 눈을 때려 사시 등 상해를 입게 했다. 이 일로 병원에서 사시 진단을 받았음에도 딸에게 적절한 치료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지난해 6월부터 반 년 동안은 식사를 전혀 주지 않거나 하루 한 끼 분유 탄 물에 밥을 말아주는 수준에 그쳐 B양은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에 빠졌다.
이 때문에 사망 당시 B양의 몸무게는 7kg, 키는 87cm로 생후 4~7개월 여아 수준에 불과했다.
사망 당일인 지난해 12월 14일 A씨는 B양이 밥을 달라며 떼를 쓴다는 이유로 머리와 얼굴 등을 강하게 때렸고, 침대 프레임에 부딪힌 B양이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켰음에도 병원에 옮기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또 2021년 6월부터 B양 사망 시점까지 채팅 앱을 통해 최소 1574차례 성매매를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A씨가 딸을 살해하려고 계획했다거나 확정적인 고의를 가지고 숨지게 한 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에 따르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A씨는 2020년 남편 학대를 피해 B양을 데리고 집을 나와 부산에 있는 친구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A씨는 비난에 민감하고 배척받는 것을 두려워 해 주변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격이었다.
집을 나와 사회적·경제적으로 사실상 고립된 상태에서 친구를 만나 함께 생활을 이어갔기 때문에, A씨는 친구의 '바운더리(경계)'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A씨의 범행은 엄마가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해줄 거라로 믿었던 딸의 신뢰를 배반했다는 점에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집 안에 갇혀 햇빛조차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엄마로부터 굶김과 폭행을 당하다 죽어간 피해자가 느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며 "피해자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의 학대행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한 엄마의 이기심으로 인해 구호조치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범행은 우발적인 것으로 볼 수 없고, 딸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지속 학대하다가 분노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살해한 것으로 보여 범행 동기 측면에서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비인간적인 범행으로 반인륜성·반사회성이 매우 크고, 동종범죄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 발생을 예방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을 지켜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 살해 관련 다른 사건과 비교하면 엄벌 의지를 단호하게 나타낸 판결이다. 재판부가 아이 입장을 충분히 생각했고, 고통을 헤아려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