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높은 벽 절감' 女 배구 "V리그에서 하던 플레이는 충분하지 않아"

팬들에게 인사하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세계 무대의 벽은 높았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5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9일 경기도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VNL 3주차 두 번째 경기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세트 스코어 0 대 3(18-25, 18-25, 16-25) 패배를 당했다. 이번 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0연패를 기록 중이다.
 
모든 면에서 열세를 보인 완패다. 한국은 이날 공격 득점(29-48), 블로킹(3-10), 서브(3-5)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밀렸다. 범실은 도미니카공화국(12개)보다 5개 많은 17개를 쏟아냈다. 단 한 세트도 20점을 넘기지 못한 채 무기력한 셧아웃 패배를 떠안았다.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는 한국이다. 2021년 대회 3연패에 이어 지난해 대회에서 전패 수모를 당했고, 이번 대회까지 총 25연패를 기록 중이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룬 뒤 FIVB 세계 랭킹 11위까지 올랐던 한국은 어느새 34위까지 내려앉았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선수들은 패배에 자책하며 고개를 떨궜다. 미들 블로커 이다현(21·현대건설)은 상대 선수들의 높은 신장에 고전했고, 세터 김다인(24·현대건설)은 코트 곳곳을 누비며 토스를 올렸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21·현대건설)은 서브 1개를 포함해 팀 내 최다인 10점을 터뜨리며 분전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공격하는 정지윤. 연합뉴스
김다인은 V리그 정상급 세터지만 세계 무대에선 초라한 자신을 깨달았다. 그는 "국제 대회를 치르면서 국내에서 하던 플레이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을 상기시켜 주시고 있다"면서 "바로 좋아지긴 어렵겠지만 더 노력하고 있고, 기죽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이후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 등 베테랑들이 태극 마크를 반납해 세대교체에 나섰다. 아직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는데 그만큼 부담감도 컸던 모양이다. 
 
이다현은 "(김)연경 언니가 빠지고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데 1~2년 갖고 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지윤도 아직 결과를 내긴 어렵지만 빨리 습득을 해야 한다. 과정이라 생각한다"면서 "우리 스타일대로 빠르게 플레이해야 하고, 터치 등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7일 3주차 첫 경기 불가리아전부터 안방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홈 팬들이 열렬한 응원을 보냈지만 승리로 보답하지 못했다. 이에 이다현은 "국내 팬들이 많이 오셨지만 계속 지는 모습만 보여드렸다"고 아쉬워했다. 
 
대표팀은 대회 종료까지 2경기밖에 남지 않아 전패 위기에 몰렸다. 다음 달 1일 중국, 2일 폴란드를 차례로 상대하는데 첫 승을 신고해 전패를 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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