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당긴 방아쇠, 사망한 소년…분노 퍼지는 프랑스 거리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10대 소년에게 경찰관이 총을 쏴 소년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프랑스에서 사흘째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29일(현지시간) 해당 경찰관(38)이 살인 혐의로 예비 기소돼 구속 상태에서 수사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 경찰관은 지난 27일 오전 8시 30분쯤 낭테르의 한 도로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한 나엘(17) 군의 차를 멈춰 세웠다가, 나엘 군이 차를 몰고 출발하자 총을 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2명을 조사한 결과, 해당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할 법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나엘 군의 사인은 부검 결과 왼팔과 흉부를 관통한 총알 한 발이었으며, 나엘 군이 운전한 차 안에서는 마약이나 위험한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일간 르파리지앵, BFM 방송 등이 전했다.

경찰관 2명은 나엘 군이 위험하게 운전했기 때문에 길 한쪽으로 불러세웠고, 운전자가 달아나려는 것을 막으려고 총을 쐈으며, 그 당시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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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경찰관 1명이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대화하던 중 차가 진행 방향으로 급발진하자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만 담겼다.

이 사건은 프랑스 전역에 "프랑스 경찰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행태를 보여준다"며 분노를 확산시켰고, 낭테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사흘 연속 이어졌다. 나엘 군은 알제리계 가정 출신으로 알려졌다.

나엘 군을 위한 정의 구현을 외치며 검은색 옷을 입고 길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전날 밤 경찰서와 시청 등 공공기관에 돌 등을 던졌고, 거리에 주차된 자동차와 쓰레기통, 트램 등에 불을 질렀다.

29일 오후에도 낭테르에서 나엘 군을 추모하는 행진이 열렸다. 나엘 군의 어머니는 '나엘을 위한 정의 27/06/23(2023년 6월 27일)'이라고 적혀진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행진을 이끌었다.

나엘의 어머니는 분명 경찰이 아들을 차에서 나오게 만드는 다른 방법이 있었지만 경찰관은 가슴에 가까이 총을 쐈다며 "아이들을 그렇게 죽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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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제랄드 다르마냉 장관은 28~29일 사이 툴루즈, 디종, 리옹 등 프랑스 전역에서 180여명을 체포했고 경찰 170명이 다쳤다며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리 등 수도권을 품고 있는 일드프랑스 광역주는 이날 오후 9시 이후 트램과 버스 운행을 중지했고, 파리 15구와 가까운 클라마르는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을 금지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나엘 군의 사망 이후 사흘 연속 시위가 열린 이날 파리에만 5천명, 프랑스 전역에는 4만명의 경찰과 군경찰을 배치해 폭력 사태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 기관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나엘 군을 추모하는 행사가 "배려와 존중" 속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와 SNS에 올린 공지문을 통해 이 같은 시위 상황을 알리고 프랑스에 체류하거나 방문 중인 우리 국민들에게 신변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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