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신고를 심사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승인 여부 결정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지난 23일(현지시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합병 심사) 기한은 근무일 기준 20일 연장된다"고 밝혔다. 당초 EU 집행위는 오는 8월 3일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었다.
EU의 이런 결정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EU 집행위와 심사 기한 연장 협의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심사 연장이 최종 결정됐다"며 "심사 연장 기간 내 EU 집행위와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기업결합 신고서를 EU에 제출했다. EU 집행위는 1단계(예비) 심사를 진행한 뒤 지난 2월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쟁 제한 우려와 관련해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심층 심사 격인 2단계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대한항공에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심사보고서(SO)를 통보했다. 집행위는 대한항공의 SO 답변서와 시정조치 방안 등을 종합해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한편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추진한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총 14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고, 현재 EU와 함께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당초 업계 일부에서는 이르면 올해 안에 합병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최근 EU 등의 심사과정을 감안하면 합병 절차가 내년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EU가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합병 결론 시점을 늦춘 데다, 미국 법무부도 지난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EU는 지난해 초에도 시장 경쟁 제한 우려를 들어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합병을 최종 불승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