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시신 친모 "남은 아이들 걱정에 자수 못 해" 편지 공개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신이 낳은 자녀 두 명을 잇따라 살해하고 수원시 내 자택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가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29일 해당 사건 피의자인 고모(35)씨가 변호인을 거쳐 한 언론을 통해 공개한 A4 한 장 분량의 편지는 '저는 수원 영아 사건의 친모입니다'로 시작된다.

먼저 고씨는 편지에서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살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생활고와 산후 우울증에 방황하던 제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갔다"며 "너무 미안하다"고 적었다.

이어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자수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엄마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것 같아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해야지 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남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씻는 법, 밥하는 법, 계란프라이 하는 법, 빨래 접는 법 등을 알려주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첫 조사 때 거짓말을 하고 이런 것들을 알려줄 시간을 벌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 번 자수하고 싶었지만 남은 세 아이가 아직 어리고 걱정돼 그러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방치해 먼저 간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에 가슴이 너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아이들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과도한 신상털기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제발 보호해달라"며 "죄는 잘못한 만큼 달게 받겠다.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고 글을 마쳤다.

고씨는 지난 2018년 11월 넷째 딸, 2019년 11월 막내 아들을 각각 병원에서 출산한 뒤 기초 예방접종까지 마쳤지만, 귀가 직후 살해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이미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고씨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듭 임신하게 되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를 조사해 온 경기남부경찰청은 그를 살인 또는 영아살해 혐의로 30일 수원지검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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