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의힘은 반대 여론을 '반일 민족주의'로 규정했다. 오염수 방류 찬성 입장을 '과학', 반대는 '괴담'으로 대립시키는 프레임이 깔려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한 과학적 사실을 반대하는 여론에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와 선동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반일 혹은 항일 민족주의는 우리나라의 이념적 풍토에서 좌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비단 범태평양 인근 국가뿐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안정성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민족주의' 규정이 오히려 비과학적·이념적 공세란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국가가 보호해야 할 최우선 가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현시점의 과학이 미처 입증하지 못하는 한계까지 감안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與초청 강연 "오염수 방류 반대=반일민족주의"…성일종도 "반일 선동"
28일 함운경 국민동행 전북지부 대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부모임 '국민공감'의 강사로 나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둘러싼 과학과 괴담의 싸움 - 어민과 수산업계의 절규를 듣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하는 등 민족주의 노선의 '운동권' 출신이다.
함 대표는 "이 싸움(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쟁)은 과학과 괴담의 싸움을 넘어 국내 반일 감정을 부추기겠다는 명백한 의도를 갖고 시작한 싸움"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12년 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반일감정을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크게는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 자유를 위한 동맹을 지키는 싸움, 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며 "반일 감정, 반일민족주의를 퍼트린 것이 저희들(운동권)이다. 전두환이랑 싸우기 위해 온갖 무기를 찾다가 마르크스·레닌주의, 주체사상도 있었는데 그중 가장 강력한 게 반일주의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이날 오전 국민의힘이 일본 오염수 방류와 관련, '괴담엔 과학으로 맞서겠다'며 출범시킨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TF'의 성일종 위원장 또한 함 대표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와 관련해 (방류 반대쪽에서는) 반일 감정과 핵에 대한 공포심에 대한 기저를 깔고 얘기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반대 움직임이 있고, 일본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방류 반대 목소리를 '반일민족주의'라는 이념의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태평양 피지의 피오 티코두아두아 내무장관이 "일본이 오염수다 안전하다고 한다면 왜 자국에 두지 않느냐"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고, 태평양 섬나라 중 일부가 오염수의 안전성이 불확실하다며 '방류 연기'를 일본에 촉구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도 일본에 재고를 요청한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여론과 다시민단체들도 방류 반대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 국내에서도 야당인 입헌민주당 의원들과 어업연합회 등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학' 강조하더니…기준치 초과 오염수 방출 우려엔 "일본이 약속"
여당은 국민공감 강연에 이어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TF' 주최 '후쿠시마 괴담 대응·어민 보호 대책 간담회'를 통해서도 여론전을 이어갔다. 간담회에는 윤재옥 원내대표, 해양수산부 조승환 장관, 수협중앙회장 등이 참석했다.
성일종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민주당은 방사능 괴담으로 우리 수산물 불매운동, 우리 어민 죽이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광우병과 사드 괴담과 같이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도 과학을 부정하고 반일 감정으로 선동정치를 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정치가 과학을 이길 수 없다. 지금 괴담을 통해 정치가 과학을 이기겠다고 대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이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수를 배출할 경우의 대비책에 대해선 '일본을 믿어야 한다'는 취지의 비(非)과학적인 답변이 나왔다. 국제사회에서 믿음과 신념은 국익 앞에서 휴지조각이 되기 일쑤였던 것이 경험적인 역사의 교훈이다.
앞서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날 브리핑에서 후쿠시마 원전 주변 저장탱크 안에 보관된 오염수 중 70%는 방사능 기준치를 넘었고, 6개 핵종이 기준치 이상 존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걸러내더라도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 물질이 오염수 안에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과거 버전의 ALPS라고 주어담기는 했지만, ALPS의 고장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원안위 발표와 관련 이날 간담회에서 '기준치 넘는 오염수 배출을 검증할 방법이 있나'란 질문에 조 장관은 "기준치를 넘는 오염 처리수는 절대 방류될 수 없다. 일본이 국제사회와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약속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성 위원장은 "알프스가 삼중으로 돼 있어서 통과하고 또 통과하고 다시 보내서 통과하고 하기 때문에 기준치 이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이 국제사회와 약속했으니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수는 방류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사실상 약속을 잘 지킬 것이란 일본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급기야 성 위원장은 "5~7개월 뒤 대한민국 바다에서 이런 방사능 물질이 나온다면 저희가 책임을 지겠다. 방사능이 유입이 안 됐을 때는 민주당이 책임지길 바란다"고 공언했다.
이같은 여권의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는 "일본이 처음에만 IAEA 기준을 잘 통과하고 난 뒤 어느 순간 마구잡이로 버리더라도 아무도 모르는데 믿으라고만 하는 것"이라며 "이게 무슨 과학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