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 신시아 그리고 강태주. 역시나 박훈정 감독의 '신예 픽'은 이번에도 옳았다. 강태주는 신작 '귀공자'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를 바탕으로 소년과 어른 그 사이에 있는 마르코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통해 표현하는 걸 좋아했던 소년은 나만이 할 수 있는, 날 표현하는 직업을 갈망하던 끝에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막연한 생각으로 연기라는 삶에 발을 들였지만, 자신의 한계도 느끼고 좌절도 하면서 더욱더 단단해지고 깊어졌다. 막연하던 꿈은 사랑이 됐고, 그 사랑을 한가득 담아 표현해 낸 게 바로 마르코다.
강태주에게도 '귀공자'는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물론 앞으로 배우라는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스스로를 옥죄어 올 때 만난 게 '귀공자'다. '귀공자'를 통해 얻은 건 단순히 '1980:1'이라는 숫자도, '박훈정의 픽'이라는 수식어도 아니다. 배우로서 한 사람 몫을 해내야겠다는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배우 강태주'의 시작점이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태주는 "이젠 돌아갈 수 없다"며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전환점을 딛고 일어선 강태주에게서 '귀공자'의 시작과 배우 강태주의 각오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담감이 있었기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 영화가 개봉해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진짜 떨리고 너무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이제 관객분들을 가까이서 뵐 수 있는 거다. 마르코를 어떻게 봐주실지 떨리고 긴장된다.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맘으로 보내고 있다.
▷ 무려 1980:1의 경쟁률을 뚫고 마르코 역에 낙점됐다. 오디션 과정이 궁금하다.
박훈정 감독님이 신인을 찾는다는 걸 보고 오디션을 지원하게 됐는데, 총 4차까지 봤다. 처음 대본은 누아르 컬러에 강한 남자 캐릭터가 있는 대본이었다. 평소 안 해본 센 캐릭터다 보니 어떻게 준비해서 보여드려야 하나, 그런 고민이 많았다. 3차 때부터 대본이 불우한 환경에 있고, 어머니가 아프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내가 유추했던 건 감독님이 원하는 캐릭터가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가정사에 아픔을 갖고 있는 친구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세고 거친 모습보다 감성적인 모습을 좀 더 잘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그걸 어필했다.
▷ 스크린 데뷔작인데 극의 중심에 놓인 인물을 맡았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부담감이 있었기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한 작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고,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많아서 즐거웠다. 오늘은 달리기 액션을 해보네, 내일은 와이어 달고 다리에서 떨어지는 걸 해보네….(웃음) 감정연기조차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런 것도 내가 드디어 보여드리고 해볼 수 있구나 싶었다. 인터넷에 배우들이 눈물 연기할 때 앞에 스태프와 카메라가 있는 사진을 보기만 하다가 직접 해봤다.(웃음)
때론 거칠게, 때론 유약하게
▷ 현장에서 마르코로서 처음 발을 내디뎠던 순간이 기억나나?
그때, 너무 긴장했던 게 세트장에서 하는 촬영이었다. 대사는 없고. 마르코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신이었다. 내겐 마르코라는 캐릭터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감독님께서 내가 마르코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배려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마르코에 대해서 생각하고 전사를 쌓아갈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 주신 거 같아서 너무 좋았다.
▷ 마르코라는 캐릭터를 어떤 인물이라 분석했고, 이를 연기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 나갔나?
난 마르코가 환경에 의해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거칠고 비뚤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정말 순수하고 어머니를 사랑하고 누구보다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정말 약하고 약하기에 더 가시 돋친 캐릭터라고 봤다. 그래서 강하고 거친 외면적인 느낌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감정을 항상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영화를 보시다 보면 마르코가 약한 모습, 정말 유약한 소년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런 부분 또한 잘 표현하려 노력했다.
▷ 극 중 복싱 선수로 나오는데, 어느 정도 수준의 실력을 갖춘 인물이라 두고 스타일을 잡아간 건지 궁금하다.
무조건 프로선수였다. 인복서(공격형)와 아웃복서(수비형)가 있는데, 난 인복서 스타일로 연습했다. 두 달 정도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선수들과 아침 조깅, 기초 훈련, 복싱 훈련, 체력 훈련 등 진짜 선수 스케줄로 함께 연습했다. 국가 대표급으로 복싱을 잘해야 하는 캐릭터라서 일반 복싱장에서 배울 수준이 아니었다. 운동 영화 찍는 기분도 들었다.(웃음) 무술 감독님께서 무술 연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베이스가 되는 게 복싱이니 배워놓으면 좋을 거라고 하셨다. 진짜 열심히 배웠다.
이제 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다
▷ 현장에서 만난 박훈정 감독은 어떤 연출자였나?
일단 감독님이 생각하는 그림이 확실하게 있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고 맞춰가는 데 있어서 어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심플하게 생각하면 돼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감독님과 작품 이야기 많이 나누고, 감독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어려운 장면도 있고 힘든 날도 있었지만 즐거움이 더 컸던 거 같다. 선배님들도 같이 모니터링 하면서 리액션도 잘해주셔서 하하 호호하며 모니터랑 한 기억이 많다.
▷ 많은 것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이건 내가 조금 더 빨리 보충해야겠다고 느꼈던 지점과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작품 하면서 부족한 건 너무 많고 아쉬운데, 또 한편으로는 그때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 오는 작품에 있어서는 그동안 내가 느꼈던 걸 토대로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김강우 선배님을 보면서 그 집중력을 되게 배우고 싶었다. 정말 숨소리까지 연기한다는 게…. 눈 떨림 같은 것도 눈을 떨어야지 하고 떠는 게 아니다. 본능적으로 되게 철저하게 한 이사로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건 진짜 내공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본인이 생각하는 '귀공자'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본다면?
되게 유쾌하고 시원하다. 추격 액션이 시원하고,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유쾌한 요소가 있어서 여름에 보시기 너무너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박훈정 감독님의 컬러를 가져가면서도 더 새로운 모습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앞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 나가면서 이것만은 내가 놓치지 않고 싶다는 지향점이 있을까?
눈빛이 좋은 배우? 눈빛으로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감정이 진짜 중요한 거 같다. 나로 인해 발현돼서 나오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나를 잘 가꾸고 깨끗하게 다듬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 박훈정 감독의 픽으로 주목받으면서 '제2의 김다미'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앞으로 '강태주'라는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었으면 하나?
믿고 보는 배우 아닐까? '믿고 보는 박훈정'처럼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볼 때 '빨리 이 사람의 연기를 보고 싶다'는 시청자이자 관객의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처럼 궁금한 배우가 되어서 '쟤 연기 정말 잘해'란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