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출산휴가 맘껏"…부산 의원들, 출산·돌봄 지원 근거 마련 집중

지난 2019년 배우자 출산 유급휴가가 기존 3일에서 10일로 늘어났지만,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예산 가운데 '26%'만 신청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가 올해 초 조기 출산을 했는데, 그달에 취소할 수 없는 출장이 잇달아 잡혀 있었어요. 배우자 출산 휴가가 10일로 늘어났지만 여러 번 나눠 사용할 수 없으니 결국 출산 휴가를 내놓고 출장을 가야 했어요. 출장 다녀와서는 출산 휴가가 끝나 개인 연차를 써야 했고요." -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남성-
 
"주변에 친구들 보면 애가 없는 가정도 많고, 있어도 1명만 있는 가정이 많아요. 저는 딸이 2명 있는데, 주차료나 통행료 감면 등 지자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어요. 이젠 2명도 다자녀로 봐야 하지 않나요?" - 부산에 사는 30대 주부 -
 
배우자의 출산 휴가를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개인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고, 다자녀가정의 대상과 혜택을 확대하는 근거가 부산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통해 잇달아 마련된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법 중 하나로 남성의 육아 참여를 늘리기 위해 지난 2019년 배우자 출산휴가를 기존 유급 3일에서 10일로 확대했다. 
 
대신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에 예산을 지원하는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의 도입이 근로자의 실질적 활용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의원(국민의힘, 부산 연제구)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사업 집행내역'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5년간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예산 862억 8800만 원 중에서 231억 2200만 원만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예산 가운데 집행된 예산은 26.8%에 불과하다.
 
한 아이의 아빠와 엄마가 아들과 함께 놀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 류영주 기자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의 '일·가정양립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제도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을 한 사업체는 18.7%나 됐다.
 
근로자가 사업주로부터 권리를 안내받기보다는 오히려 사업주에게 제도를 설명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배우자 출산 휴가 기간은 늘었지만, 분할 사용 횟수 제한이 있어 개인 상황에 맞게 사용하기가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주환 의원은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 활성화를 위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에는 배우자 출산휴가 분할 사용 횟수를 기존 1회에서 3회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 자녀 연령을 기존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상향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두 배로 늘려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육아기 재택근무 등을 지원하는 사업주에게는 국가가 세제나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자 출산휴가 분할 사용 횟수를 개편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대축 대상 연령을 확대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의원실 제공

이주환 의원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세계 최저 수치를 기록했고, 부산은 이보다 낮은 0.72명"이라면서 "이런 상황인데도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심지어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를 부당해고한 사업장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은 눈치 보지 않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를 활용하고, 기업도 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저출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회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자녀 대상 확대에 집중한다.
 
행정문화위원회 김효정 의원은 오는 제315회 임시회에서 다자녀가정의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조례개정을 추진한다.
 
부산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김효정 의원이 다자녀가정의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조례개정을 추진한다. 부산시의회 제공

개정 조례안에는 다자녀가정의 기준을 자녀 중 1명 이상이 19세 미만인 '3자녀 가정'에서 '2자녀 가정'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기존 3자녀 이상 가정에만 지원하던 부산시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과 면제 혜택을 2자녀 이상 가정까지 적용된다.
 
그러면 다자녀 가정이 기존 2만 5천여 가구에서 5배 이상 증가한 15만 7천여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이 있는 2자녀 가정에 연 30만 원을, 3자녀 이상 가정에는 연 50만 원의 교육포인트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을 예정이다. 교육지원포인트는 학습교재 구입이나 인터넷 강의, 학원비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김효정 시의원은 "다자녀가정 수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혜택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이번 조례개정을 통해 부산시의 다자녀가정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인 지원이 되고, 아이 키우기 좋은 출산·양육 환경이 부산에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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