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추윤팅(중국국립발레단)과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인 무용수로는 강수진(1999), 김주원(2006), 김기민(2016), 박세은(2023)에 이어 다섯 번째 수상이다.
강미선은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상식에 다녀온 지 1주일 지났지만 워낙 큰 상이라서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며 "수상한 것도 기쁘지만 세계에 한국 창작발레를 알릴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미리내길'은 유병헌 예술감독이 안무한 '코리아 이모션'에 포함된 작품으로, 국악 크로스오버곡에 한국 고유의 정서인 '정'(情)과 한국무용의 색채를 녹여낸 창작발레다.
"8살 때 무용을 시작"했다는 강미선은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를 같이 배웠다. 한국무용은 6년 정도 했고 당시 원장님이 '한국무용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발레가 더 재밌어서 선택했다"며 "한국무용 동작과 느낌이 몸에 배어 있어서 한국적인 발레 작품을 할 때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강미선은 유니버설발레단에 21년째 근속하고 있다. 선화예술 중·고등학교와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를 나온 후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코르드발레(군무진)를 시작으로 드미 솔리스트(2005), 솔리스트(2006), 시니어 솔리스트(2010)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그는 "한 발레단에서 이렇게 오래 춤출지 몰랐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20년 넘게 국내 발레단에서 활동하며 받은 상이라 더 뜻 깊다. 강미선은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에서 1년 6개월 가량 수학한 이유는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최고 무용수로 인정받으면 해외 발레단에 가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아직도 배우는 단계라 그러지 못했다"고 겸손해 했다.
해외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들에 대해서는 "특유의 열정과 끈기가 무대에서 춤으로 고스란히 표현되어 관객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미선은 2014년 유니버설발레단 동료인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결혼했고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워킹맘 발레리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
그는 "주변에서 '아이 키우면서 발레하려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워킹맘 발레리나'라서 특별히 힘든 건 아니다. 오히려 몸을 쓰고 무대에 오르면서 육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