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조직적 전세사기 범행을 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건축왕' 일당에게 국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범죄조직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전세보증금 피해액 125억→430억·피해주택 161채→533채로 늘어
인천지검 형사5부(박성민 부장검사)는 27일 사기 등 혐의로 건축업자 A(61)씨와 공인증개사 등 일당 총 3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33채의 전세 보증금 430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 일당의 범죄 혐의액수는 지난 3월 1차 기소 당시 125억원(161채)이었지만 추가 수사를 거쳐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범행 가담 인원수도 당초 확인된 10명 이외에 25명이 추가됐다.
"범행 계획과 실행 쉽게 할 정도의 조직 구조"…범죄집단 규정
검찰은 이번에 기소한 전체 피의자 35명 가운데 A씨를 포함한 18명에게는 범죄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바지 임대인·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자금관리책 등이며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른 일당이 범죄조직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 등 조직죄'는 사형, 무기징역, 4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려고 단체·집단을 조직하거나 가입해 구성원으로 활동한 경우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이 조항을 적용하면서 A씨 일당을 '범죄단체'가 아닌 '범죄집단'으로 규정했다. 범죄단체는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 특정 다수, 동일한 범행 목적, 시간적 계속성 등을 요건으로 갖춰야 한다. 반면 범죄집단은 이 가운데 최소한의 통솔체계가 없어도 범행 계획과 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조직 구조만 확인되면 적용할 수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다수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자신을 회장으로 호칭하고 각 사무소를 총괄하는 중개팀을 구성했고, 중개사무소별로 총괄실장·실장·차장·팀장 등 직급을 나눠 역할을 맡겼다. 이후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고 승진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체계적으로 조직을 관리하면서 전세사기 범행을 반복했다.
동해 망상지구 개발사업 관련 117억 횡령도 적발
검찰은 이외에 A씨가 100억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실도 확인하고 추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그는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총 11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횡령한 공사대금을 메꾸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사용하면서 보유 주택의 경매와 전세보증금 미지급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장실질심사 때 허위 자료 제출…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도
검찰은 또 A씨가 지난해 12월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당시 재판부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그는 당시 전세 보증금 변제 능력을 과장하려고 공사 중인 아파트의 공정확인서를 위조한 뒤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A씨가 추진한 동해 망상지구 사업의 시행사 지분과 사업부지 등은 기소 전 추징 보전을 통해 동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