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입구 6일째 막은 SUV…견인 못해 차량들 '감금'

차단기 설치 다툼에 주차장 '봉쇄'…5∼6대는 주차장에 '감금'

상가 지하주차장 입구 6일째 막은 차량. 연합뉴스

27일 오전 9시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8층짜리 상가 건물 주차장 입구.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통하는 유일한 입구는 차단기 너머에 있는 진회색 트랙스 승용차 때문에 단단히 틀어막혔다.

이 차는 지난 22일 오전 8시 30분쯤 이곳에 주차된 뒤 6일째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있다. 지하 1~2층에 약 3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은 1주일 가까이 봉쇄된 실정이다.

경찰과 상인 등에 따르면 이 차량의 차주는 상가 임차인 중 1명인 40대 남성 A씨다.

A씨는 건물 관리단이 외부 차량의 장기 주차를 막기 위해 최근 주차장 차단기를 설치하고 주차요금을 징수하기 시작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주차장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의 관리 주체는 2개로 나뉘어 있는데 A씨는 차단기 설치 관리단과 법정 분쟁 중인 다른 곳에 속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관리단 관계자는 경찰에서 "2008년 건물 준공 후 15년간 주차비를 징수하지 않았는데, 외부 차량 주차가 너무 많아 이달 중순 차단기를 처음 설치했다"며 "관리비 문제로 관리단 측과 법적 분쟁 중인 다른 임차인들과는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가 지하주차장 입구 6일째 가로막은 차량. 연합뉴스

사태가 장기화하자 입주 상인과 방문객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건물 1~5층에는 노래방과 식당 등 점포 20여곳이, 6~8층에는 인테리어 공사 중인 모텔이 있다.
특히 봉쇄 전에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5~6대는 1주일 가까이 오도 가지도 못한 채 '감금'된 상태다.

모텔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 온 현장소장 B씨는 "공사하는 인부 일부가 주차장에 있던 차를 못 빼서 집에도 못 가고 건물 앞 모텔에서 자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사장 폐기물 처리를 위해 아침 일찌감치 건물을 찾은 트럭 기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트럭 기사 C씨는 "원래 지하 2층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로 폐기물을 실어 나르는데 주차장이 막혀 들어갈 수가 없다"며 "건물 1층 앞에 트럭을 대고 폐기물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난처해했다.

차단기를 설치한 관리단 관계자는 "차로 입구를 막아놓으니 못 받는 주차 요금에 업무방해로 인한 피해가 커 손해배상 청구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상인과 고객 불편이 증폭되고 있지만 누구도 주차장 봉쇄 차량을 견인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상가 관리단은 경찰과 구청에 차량 견인을 요청했지만 "견인할 수 없다"는 답만 받았다고 전했다.

A씨가 차량을 주차한 곳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상가 건물 내부여서 강제로 견인할 수 없다.
경찰은 형사소송법상 차량을 '압수'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차를 이동하는 목적으로는 압수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추후 A씨를 불러 조사한 뒤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가족이 A씨에게 경찰의 출석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A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하면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18년 송도 아파트 인도에 방치된 캠리 승용차. 연합뉴스

주차장을 일부러 막았다가 처벌받는 일은 종종 있다.

앞서 2018년 인천에서는 차량에 주차 위반 경고장이 붙었다며 송도국제도시 아파트단지 주차장을 일부러 막은 캠리 차주가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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