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폐기물 소각장行…154만원에 팔린 '짝퉁 거북선' 쓸쓸한 퇴장

낙찰자 100t 넘는 거북선 옮길 방법 찾지 못해 인수 포기
거제시 다음달 소각 처리 방침

거제 거북선. 거제시청 제공

헐값에 팔려 세상에 주목받았던 '짝퉁 거북선'이 결국 쓸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154만 원에 산 낙찰자가 100t이 넘는 거북선의 옮길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경남 거제시는 인도 기한인 26일까지 낙찰자가 거북선을 이전하지 않아 다음 달 폐기물 소각장으로 옮겨 폐기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어져 '1592 거북선'으로 불렸던 '상징물'이 2011년 건조된 지 12년 만에 '폐기물'로 소각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거북선이 헐값에 팔린 당시 박완수 경남지사는 "이해가 안 간다"면서 "고장이 났거나 파손이 됐다면 수리를 해야지 16억 원의 혈세를 들인 거북선을 팔아치운다는 게 말이 되냐"며 그 과정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도는 거북선의 관리 소홀 등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 거북선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당시 '이순신 프로젝트'의 하나로 16억 원이 투입돼 2011년 완공됐다. 당시 금강송을 사용한다고 홍보까지 했지만,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한 사실이 해경 수사 결과 드러나 '짝퉁 거북선'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당시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도민 앞에 사과까지 했다.

이후 거제 거북선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바다에 있던 거북선의 흔들림이 심하고 물까지 새면서 육지로 옮겨졌고,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보수공사 등 매년 수천만 원이 투입되는 등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 5천만 원이나 쓰였다. 거제시는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다.

거제 거북선. 거제시청 제공

거제시 재산인 거북선은 7번 유찰된 끝에 154만 5380원에 팔렸다. 낙찰자는 거제 출신으로, 교육계에 몸담았다가 퇴임한 일반인이다. 충무공 탄생일인 1545년 3월 8일에 맞춰 입찰금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입찰가(1억 1750만 원)의 1.4%에 그치는 수준이다.

낙찰자는 이 거북선을 체험 학습용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선체 부식이 상당하고 무게가 100t이 넘어 옮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순신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인 거제 거북선은 가장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탄생했지만, 10년 넘도록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방치되다시피 하다 결국 '폐기물'라는 이름으로 불명예 퇴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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