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사실무근" vs 檢 "죄질 불량"…'영장 공방' 거셀 듯

박영수 전 특별검사.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또 다른 한 축인 '50억 클럽' 의혹에 휩싸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 위기에 놓였다. 검찰은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박 전 특검 측은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 과정에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박 전 특검의 신병 확보 여부가 50억 클럽 의혹 재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그의 최측근이자 특검보 출신인 양재식 변호사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021년 10월 대장동 개발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중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로부터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받고 금품 등 대가를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애초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있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2015년 3월 심사부 반대로 최종 불참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만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추후 대장동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우리은행 등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PF대출 참여를 강조해 '자금 조달' 항목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우선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양 변호사와 공모해 2014년 11~12월 컨소시엄 출자 및 여신의향서 발급과 관련해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대장동 토지보상 자문수수료, 대장동 상가 시행이익 등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컨소시엄 구성 실무를 맡은 양 변호사가 이러한 약정을 요구하고,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확답을 받은 뒤 박 전 특검에게 보고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복수의 대장동 사업 관련자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재식 변호사. 연합뉴스

다만 검찰은 우리은행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애초 박 전 특검이 받기로 약속한 대가도 2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남 변호사 측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의 대가로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과 민간업자들이 대가 약속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금 8억원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에게 2015년 대한변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또 2015년 4월 여신의향서 발급 대가로 5억원이 실제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5억원은 토목업자 나모씨로부터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씨와 박 전 특검을 거쳐 김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 건네졌다. 해당 5억원이 사업협약이행보증금 등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으로 쓰였고, 50억 클럽은 그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검찰은 김씨 등 민간업자들이 청탁의 대가로 박 전 특검에게 이 돈을 건넸고, 박 전 특검이 다시 김씨에게 보내면서 대장동 사업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특검이 민간업자들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하면서 담보장치를 걸어두는 차원에서 5억원을 송금한 것이라는 취지다.

검찰은 우선 박 전 특검이 수수한 현금을 총 8억원으로 보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했지만,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 전 특검 측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 3월말 압수수색 이후 줄곧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그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면서 "관련자들의 회피적이고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저로서는 참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의혹과 관련이 없다'는 박 전 특검 입장과 달리 '사안의 실체에 다가갔다'면서 혐의 규명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최근 수사팀 관계자는 박 전 특검 소환 조사에 앞서 "계속된 수사를 통해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부분에 대해 사안의 실체에 어느 정도 다가가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날 박 전 특검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서도 "범행 수법이나 죄질이 불량하며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박 전 특검 본인과 관계자들을 통한 증거인멸 정황 등을 고려해 구속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에 대해서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범죄 실행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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