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6일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문항)을 사교육 유발의 주요인으로 지목하면서 '핀셋 제거'를 주 내용으로 하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최근 3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문항 가운데 총 22개의 '킬러문항'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2024학년도 수능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킬러 문항을 출제 단계에서부터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3년간의 수능 문제들, 지난 6월 모의평가 문항 중에서 어떤 것이 킬러문항인지 가려내고 있다"며 "26일 사교육 대책을 발표할 때 전부 공개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4학년도 수능을 약 5개월 앞두고 '수능 출제 방향'을 언급한 이후 수험생은 물론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자, 수능에서 출제 배제하기로 한 킬러문항을 예시로 들어 혼란을 막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킬러문항을 '교육 과정 범위에 없는 용어들이 반복적으로 들어가면서 학생들의 독해를 방해하고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사교육 등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으로 정의했다. 교육부·현장 교원 중심으로 킬러문항 점검팀을 구성해 킬러문항을 골라냈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공개한 국·영·수 킬러문항 사례를 보면 2021학년도 수능에서 1개, 2022학년도 수능 7개, 2023학년도 수능 7개,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7개 등 총 22개며, 영역별로는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다.
국어는 고교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과 전문용어를 사용해 배경지식을 가진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풀 수 있는 문항, 문제풀이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내용 파악을 어렵게 하는 문항, 선택지의 의미와 구조가 복잡해서 의도적으로 학생들의 실수를 유발시키는 경우를 예시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를 다룬 과학 지문에 달린 15번과, 클라이버의 법칙을 이용해 농게 집게발 길이를 추정하는 17번 문제가 과도한 추론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킬러문항에 선정됐다.
수학은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나 고차원적인 해결방식을 요구하는 문항, 대학과정 등을 선행학습한 학생은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방법 외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학생 사이의 유불리를 발생시키는 문항을 거론했다.
지난 6월 모의평가에 수학 공통과목의 21번과 22번과 선택과목 '미적분'에서 마지막 문항인 30번이 킬러문항으로 지목했는데, 22번의 경우 다항함수의 도함수, 함수의 극대·극소, 함수의 그래프 등 세 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해 공교육 학습만 받은 학생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영어는 해석하고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문항,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과도하게 길고 복잡한 문장을 사용한 문항, 어려운 어휘 등을 사용해 지문을 이해하고도 문제를 풀기 어려운 문항을 예시했다.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어려운 문장 구조로 구성돼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33번, 34번, 2023학년도 수능에선 34번과 37번, 2022학년도 수능에선 21번과 38번이 킬러문항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그 선정 기준이 워낙 모호하다 보니, 이번에 공개한 킬러문항들이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날 킬러문항을 발표하면서 정답률 등 정량적인 지표는 참고로만 활용했을 뿐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더욱이 킬러문항 출제를 둘러싼 교육부의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매번 수능 때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했다고 설명해왔고,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019학년도 수능부터 교육과정 안에서 어떤 성취기준을 충족해야 풀 수 있는지 개별 문항의 출제 근거를 공개해왔다.
평가원 문영주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지난 3월 28일 '2024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 브리핑에서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계획'이라는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적정 난이도라고 하는 것의 의미는 킬러문항 내지는 초고난도 문항을 내지 않겠다, 일단 전제가 '저희가 계속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그것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이 시험 결과가 대학입학 전형 자료로서 기능할 수 있는 변별력을 어느 정도 갖추도록 하겠다'라는 것"
이와 관련해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특정 문항이 교육과정 벗어났는지 아닌지는 전문가마다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교육부는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룰 수 있느냐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검토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