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사인 문학과지성사를 비롯해 국내 430여 개 출판사 출판인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가 플랫폼P 운영을 무력화하려는 마포구청의 시도를 멈추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자 그동안 침묵했던 마포구가 이를 깨고 대응에 나서 주목된다.
한국출판인회의는 23일 배포한 성명에서 "최근 마포구가 구내 작은도서관 폐관 문제, 플랫폼P 운영 파행 문제, 경의선책거리 폐지 문제까지 책과 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작금의 시대로부터 역행하고 있다"며 "특히, 플랫폼P의 용도 변경 및 입주사 퇴거 문제는 플랫폼P에 남을 권리가 있지만 당장 7월에 쫓겨날 처지인 30여 개 출판사의 생존권이 달린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화콘텐츠산업의 원천 아이디어인 '출판'에 대한 마포구의 관료의식을 방증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가 불씨가 되어 향후 출판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거나 문화콘텐츠산업의 격하를 초래하는 정책이 펼쳐지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마포구는 홍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인쇄·출판 문화가 성장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파주출판단지로 이주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문학과지성사, 다산북스, 해냄출판사 등 유수의 출판사들과 1인 출판사, 동네서점이 밀집해 있는 출판문화산업 거점 지역으로 꼽힌다.
마포구는 2010년 서울시가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해 파주출판단지와 함께 국내 출판사와 출판 인력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2021년 기준 '서울시 출판·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 통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서적출판업 사업체의 16.8%가 마포구에 있다. '마포구 사업체조사보고서'에서는 마포구 내 출판업 사업체 2414개에서 모두 2만 1019명이 종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던 마포구는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고 "이는 사실이 아니며 일부 출판인들의 과장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플랫폼P는 2020년 문을 연 이후 1인 출판사, 작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등 출판 관련 스타트업 회사와 창작자들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당선된 이후 마포구는 입주사 대부분이 마포구 출판인들이 아니라며, 마포구 예산으로 비(非)마포구 출판인에게 까지 플랫폼P 입주 자격을 주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확충을 앞세워 출판문화 공간인 플랫폼P를 다른 일자리사업 공간으로 변경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이 지난 3월 구정 질의 답변에서 "우리 구비를 투입해 전국의 모든 출판인을 위해 비용을 감당해야 하냐"며 플랫폼P 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마포구가 도서관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마포중앙도서관장을 파면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마포구의 지식문화 발전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구축한 출판산업 인프라의 존폐가 구청장의 교체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며 "마포 일원이 출판생태계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상징성이 있는 장소라는 것에 유념하여 출판의 가치를 폄훼하고 지역주민의 문화 복지를 저해하는 출판문화산업 말살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현익 플랫폼피입주사협의회 회장은 CBS노컷뉴스에 "마포구까지 찾아가 여러 차례 대화를 요구하고 항의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면서 "마포구의 출판문화 진흥을 위해 전국 출판인들과 마포구 지역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