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칼럼의 제목을 이렇게 달았지만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형용모순적 표현이다.
왜냐하면 필자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자체를 잘 알지 못할뿐더러 일타강사는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몇차례 'CBS 한판승부' 방송을 통해 국정원의 인사파행에 관한 내용을 보도한 이후 "국가 정보기관를 그렇게 속속들이 공개해도 되느냐?"는 우려를 많이 전달받았다.
그 지점에서 고민이 많았다.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 것인지와 국민들이 알아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이 컸다.
그런 와중에 일부에서 국정원 인사파행의 본질을 호도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오히려 혼선을 초래하고 있어 이번 국정원 인사파동의 본질에 해당하는 내용만 보도하게 된 것이다.
당초 윤석열 정부 국정원 인사파동에 대한 관심은 문재인 정부 국정원 인사농단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의 인사농단은 심각했다. 문 정부 당시 이른바 실세라는 노 모씨가 당시 청와대 실세의 배경을 업고 비서실장과 기조실장을 지내며 특정 지역 출신들을 요직에 줄줄이 배치하는 등 인사전횡이 심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국내 정보수집과 관련된 부서를 폐지하면서 관련된 직원들을 곳곳에 분산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직을 떠나는 인력이 속출했다.
더 큰 문제는 국정원의 핵심 업무인 대공.방첩 파트를 등한시함으로써 조직의 역량을 스스로 퇴보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노 모씨 등은 정권이 바뀐 뒤 조직을 떠났지만 당시 수장이었던 서훈, 박지원 국정원장과 함께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등으로 인해 검찰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른바 실세라는 인물이 얼굴만 바뀌었을 뿐 새로 등장하면서 조직 내 인사와 조직을 초토화시켰다.
현 정부 실세라는 윤핵관의 배경을 업은 김 모씨가 비서실장으로 오면서 인사전횡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김씨는 김규현 초대 국정원장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검사 출신인 조상준 기조실장도 밀어냈다.
평생 국내 정보수집 활동만 해온 김씨는 방첩센터를 만들어 간첩단 수사를 지휘했다.
자신보다 윗선인 1급 국장들은 물론이고 직할 차장인 2차장을 패싱하고 김규현 원장에게 직보했다.
그런가하면 이번에는 스스로 1급 승진을 하면서 정책심의국장이라는 직책을 만들어 기조실장 노릇을 하려 했다.
김씨는 1년 만에 3급에서 1급으로 승진하는 전례없는 승진역사를 만들 뻔했다
심지어 특정 지역 출신 자신의 동기 3명을 한꺼번에 승진시키는 용감함까지 보였다.
이런 인사전횡이 가능했던 것은 김규현 국정원장의 묵인과 무능에 1차적 원인이 있다.
외교부 출신으로 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김규현 원장은 정권 실세의 추천을 받은 김씨에게 조직과 인사를 의존했다.
그런 김씨 주변에는 문 정부에서 소외됐던 국내 정보 담당 전.현직 선후배들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 차례 있었던 인사파동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인사전횡이 반면교사가 되지 않고 평행이론처럼 그대로 반복된 것이다.
많은 뜻있는 국정원 직원들이 "이게 정권의 교체의 결과냐?" "문 정부 노씨와 김씨가 다른게 뭐냐?"라는 한탄이 터져나왔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때다. 윤 대통령은 해외순방에 나서기 전에 문제의 1급 인사를 백지화하고 김규현 원장을 사실상 대기발령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무능한 김규현 원장과 특정인의 인사농단이다.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 잔존세력의 저항이라거나 국정원 직원과 검찰 라인의 충돌이라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번 인사파동은 순전히 김씨를 비롯한 신진세력들 간에 벌어진 이른바 논공행상 또는 자리다툼이다.
윤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이 순방을 다녀온 일주일 짧은 시간 사이에 또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김규현 원장과 김씨의 구명을 위한 뒤집기 시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귀국한 뒤 우려했던대로 김규현 원장이 당분간 유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필자는 국정원을 정식으로 취재해본 적도 없고 알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니, 국정원 일타강사라는 표현은 형용모순이기도 하지만 사실에도 맞지 않다.
그저, 30여년 기자생활하다보니 이래저래 알게된 많은 분들이 국정원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해준 얘기들을 종합해 문재인 정부의 기출문제를 베껴쓴 변두리 학원 강사쯤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 이후 몇몇 여당 의원들이 필자에게 김규현 원장과 김씨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당황스럽다.
여전히 여권 핵심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국정원을 거듭나게 하기 위해 김규현 원장은 물론 권춘택 1차장 등 인사파동의 중심에 서있는 인사들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새 판을 짠다는 생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해결책이다. 윤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