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이냐, 억울함 호소냐…'故이예람 수사 개입' 전익수 1심 이번 주 선고

故이예람 중사 수사에 개입 혐의로 '대령' 강등됐던 전익수
문제의 통화 살펴보니…수사관 "답변 어렵다" vs 전익수 "근거 뭐냐"
재판 내내 혐의 부인…"객관적 사실 인정, 법리적 무죄"
檢, 전익수에 2년 구형…"문제의식 전혀 없고 조금도 반성 안해"

성추행 피해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53)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에 대한 선고가 이번 주에 이뤄진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에 대한 판결을 29일 선고한다. 특검이 기소한 지 9개월 만이다.

3명의 피고인 모두 혐의 부인…"사실 인정하나 무죄 주장한다"


앞서 공군 20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즉각 신고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끝내 같은 해 5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로도 공군의 부실 수사, 사건 무마 의혹이 일면서 특검이 출범했다.

고(故) 이예람 중사의 유족인 아버지 이주완 씨(오른쪽)와 어머니 박순정 씨. 황진환 기자

특검팀은 100일간의 수사를 진행한 끝에 전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 전 실장에 대해서 특검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면담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는데, 그가 자신을 수사하는 군검사 A대위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가 잘못됐다는 등 자신의 계급을 이용해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 1명을 구속기소하고 공군 장교 4명, 군무원 1명, 전직 부사관 1명 등 나머지 6명에 대해서도 불구속기소했다.

수사 결과 이 중사의 직속상관이었던 20전투비행단 대대장은 가해자와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고, 중대장은 이 중사가 전입할 부대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또다른 직속상관이었던 중대장은 성범죄 피해를 입은 이 중사가 새로 전입하게 된 공군 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허위 사실을 말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초기 수사를 맡았던 군검사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 조사를 지연시킨 혐의(직무유기·허위보고)가 적용됐다. 이 군검사는 가해자가 이 중사에게 지속적으로 2차 가해한 것을 인지하고도, 구속 수사 필요성 검토를 방임했고 휴가를 가는 등 수사를 지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영주 기자

이들은 지난해 10월 첫 재판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특히 전 전 실장은 혐의를 강하게 반박했다.

전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전화를 건)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지만, 법리적으로 무죄를 주장한다"라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력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술 마시고 운전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것이냐'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수사관은 압력 느꼈다는데…'예의'라는 전익수


이번 사건은 202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중사 사건을 수사하던 군검사 A대위는 전 전 실장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수사하던 중 이 중사 사건 관련 재판 정보와 내용은 물론 기타 재판 정보가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를 발견한다. 발신자는 당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소속 사무관 양모(49)씨였다.
 
이에 A대위는 양씨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에는 전 전 실장이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전 전 실장은 A대위에게 전화해 사정을 추궁했다. 엄격한 상하관계로 유지되는 군대에서 군번 차가 많이 나는 선배의 전화를 놓고 전 전 실장과 A대위의 입장은 완전히 갈렸다.

연합뉴스

지난 3월 공판에서는 전 전 실장으로부터 걸려온 통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전 전 실장은 통화에서 "양씨에 대한 영장 청구서를 보면 내가 공무상 비밀 누설을 지시한 것처럼 돼 있다고 하던데 사실이냐"고 묻는다. A대위가 거듭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하는데도 전 전 실장은 "뭘 근거로 내가 지시했다는 것이냐"며 "기재를 했으면 그 이유를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듯 묻는다.

이에 대해 A대위는 "압력 의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전 전 실장이) 제게 압력이 느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리라 생각한다고 (수사 과정에서)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전 전 실장 측은 그의 전화가 수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 전 실장 측은 "영장 청구 근거를 묻는 것 외에 A대위에게 해악이나 불이익을 고지한 것이 있느냐"고 묻다가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억울하다고 말한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떠냐"고까지 물었다.

이에 A대위는 "예의라고 얘기할만한 사이인지"라며 말끝을 흐리며 "법조인이시고 절차를 아시니 의견서나 다른 루트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 전 실장은 1999년 군번의 준장이었고, A대위는 2018년 군번의 군 검사였다.

결국 '준장' 전역한 전익수…엄벌 탄원한 유족

황진환 기자

전 전 실장에 대한 검찰 구형은 징역 2년.

특검팀은 지난 5월 결심 공판에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함으로써 범국민적 기대에 역행한 범죄"라며 "피고인은 문제의식이 전혀 없고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는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중사 유족도 취재진에게 "피고인들이 법리나 기존 판례를 근거로 본인들 행위가 잘못은 맞지만 죄는 아니라고 한다"며 "바로 이런 태도가 군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죽는 핵심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가 이런 점을 잘 고려해 엄벌을 통해 비극의 반복을 막아주리라 기대한다"고 엄벌을 호소했다.

한편 전 전 실장은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기소 사실과 지휘 책임을 물어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됐다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행정법원이 전 전 실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이틀 뒤 준장 계급으로 전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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